[서정목 칼럼] '5060 軍경계병' 법안 신중년 새 일자리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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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영어학과 교수
입력 2024-10-0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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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영어학과 교수
[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영어학과 교수]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10월 1일 국군의날에 즈음하여 국회 국방위원장인 국회의원이 50·60대가 민간인 신분으로 군 경계병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한다. 아마도 20대 젊은이와 같이 입대 영장을 발부하여 징집하는 것이 아니라 50·60대 군 경력자, 아마 군필자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이들을 상대로 아웃소싱 형태의 채용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애당초 후방지원 업무의 아웃소싱이라는 타이틀을 처음부터 사용하는 것이 논란을 키우지 않고 바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설마 50·60대에게 다시 징집소집통지서를 보내 “아들아! 딸아! 이 아빠가 군대 간다”는 상황을 추진했을까 싶다. 얼핏 듣기에는 웬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어 귀를 기울여 보니 그게 아니다. 이것에 새로운 문제의 해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50·60대 경계병 법안이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니라 신중년의 인적자원 활용이라는 달을 보았으면 한다.
 
대한민국의 여러 곳곳에는 이미 인구절벽으로 인한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당장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군복무 인력의 감소는 정말로 심각한 문제이다. 과거 우리는 60만 대군이라고 했는데 곧 50만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인구절벽이 계속된다면 군대에 갈 사람이 없어진다. 해결책은 군복무 기간을 다시 늘리거나, 여성 징병을 하면 되겠지만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나온 궁여지책이 50·60대 경계병 법안으로 보인다.
 
필자가 복무한 공군의 관점에서 보면 공군의 주특기는 비행·전투와 관련된 전방특기, 전투를 지원하는 후방특기로 구분된다. 공군장교는 특기번호가 1로 시작하면 전방특기이고, 1에서 멀어질수록 후방특기이다. 인터넷에도 공개된 내용이니 군사기밀이 아니라 공개해도 될 듯하다. 가령 비행, 관제, 무장, 정비, 방공포는 바로 전투기와 직접 관련되어서 전방특기로 구분되고 인사, 보급, 정훈, 경리, 헌병 등은 후방특기로 구분된다. 육지에서 싸우는 육군, 바다에서 싸우는 해군도 전투와 직접 관련되는 전투를 수행하는 특기와 직접 전투를 수행하지 않고 전투를 지원하는 비전투 특기로 구분될 것이다.
 
한국에서 1955년에서 197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가리켜 ‘베이비붐 세대’라고 부르는데, 1955~1963년생인 1차 베이비붐 세대와 1964~1974년생인 2차 베이비붐 세대로 구분된다. 이들이 군복무를 할 때에는 병력자원이 넘쳐나 현역을 충원하고도 남았다. 과거 병력자원이 넘칠 때에 남아도는 인력들은 신체 등급에 따라 전투를 제외한 분야에 복무기간도 단축해서 근무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나온 제도가 방위, 단기사병제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인구절벽으로 사람이 없다. 반드시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인구절벽의 시대에 현역으로 충원할 병력자원이 없다면 후방특기를 수행할 인력을 외부에서 마련하는 것이 한 가지 방안이다.
 
현재 현역군인 중에는 당연히 50대도 있다.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18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 병역의무가 발생하여 병역준비역에 편입되어 병적관리가 시작되고, 19세부터 37세까지는 징·소집에 의한 입영을 해야 하므로 40대 사병은 전시라면 모를까 평시에는 없다. 그러나 장교나 부사관은 50대에도 군복무를 하고 있다. 그래서 50대를 전후하여 40대나 60대도 후방 분야라면 충분히 경계든 보급이든 시설이든 후방지원 업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군도 징집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여군 장교와 여군 부사관이 있으니 사병인들 못하겠는가?
 
한국 사회에서 ‘신중년’이란 용어가 새로 등장하였다. 보통 50대 초반에 본업에서 퇴직하고 새로운 일을 하거나 찾고 있는 50·60대를 지칭한다. 베이비 붐 세대가 바로 이들 신중년이다. 이들은 체력적인 면에서 과거 50·60대가 아니라 훨씬 건강한 신중년이다.
 
지금 20대나 30대, 아마 40대는 ‘교련과목’이나 ‘병영집체훈련’ ‘교련혜택’이라는 말이 생소할 것이다. 1970~1980년대 대학교에서 남학생들은 교련과목을 수강하여야 했다. 심지어 고등학생도 교련이라는 과목을 수업해야 했다. 총검술도 하고, 사열과 분열도 했다. 1970~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등장하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입고 있는 옷 중에 군복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복도 아닌 얼룩무늬 옷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것이 바로 교련복이다. 신중년 세대들은 잘 기억할 것이다.
 
대학교에서 교련과목 수강을 거부하면 소집영장이 나왔다. 이렇게 교련과목을 수강하면서 대학교 1학년은 지역 소재 군부대에 입소하여 병영집체 훈련을 받아야 했고, 2학년은 전방 군부대에 입소하여야 했다. 이렇게 교련과목을 수강하면 2년간 교련과목을 수강한 데 대하여 군복무 기간을 3개월 줄여 주었다. 이 시절에 군복무 기간은 얼추 3년인데, 3년에 3개월을 빼주니 매우 큰 혜택이었다. 이렇게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교련과목을 수강하고 군대에 입대하면 기본군사훈련은 다 받은 상태이다. 제식훈련, 총기분해, 사격, 화생방 등은 다 거쳤으니 선행학습(!)이 다 되어 있어 그다지 군대 훈련이 낯설지는 않았을 것이다. 좀 과장해서 군대를 다녀온 대졸의 신중년이라면 고등학교, 대학교, 군복무, 예비군을 다 합쳐 대충 20년 군 경력이 된다.
 
어쩌면 또 이들 신중년에게 군대가 가까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각종 SNS에 따르면 내년 200만원까지 인상되는 사병 월급에 약간의 수당을 더 추가한다면 50·60대가 많이 지원할 것이라고 한다. 사병 월급이 200만원에 이르는 마당에 군 경계 업무를 비롯한 다양한 후방지원 업무를 50·60대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민간인 채용으로 확대해 볼 만하다. 실제로 국내 미군기지들에서는 경호용역업체들이 경비를 하고 있다. 한국군은 전방과 후방과 같은 지역 특성과 맡은 업무의 경중에 따라 직접 채용이든 용역이든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다만 군의 경계근무, 경비에 관한 한 유사시 이들을 바로 전투원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예비전력으로서 예비군의 전투 능력과 대처 능력은 반드시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예비군이 아니라 스위스나 미국 예비군처럼 상시 복무하는 예비군을 운영하는 것이다. '애국(!) 페이'로 예비군을 운영할 것이 아니라 현업에 종사하면서 충분한 보수를 지급받는 스페셜 예비군으로 ‘더블 잡(job)’을 하는 것이다. 미국과 스위스에서 시행하는 예비군 제도를 한국 실정에 맞게 잘 벤치마킹하면 답이 나올 듯도 하다. 

필자 주요 이력

△부산대 번역학 박사 △미국 University of Dayton School of Law 졸업 △대구가톨릭대 영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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