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지수가 지난해에 27% 넘게 올랐지만, 올해는 15% 넘게 빠지면서 상장사들의 주가가 급락하자 해당 기업들의 주가 상승이 더는 어렵다고 판단한 사채권자들이 원금 챙기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됩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올해 들어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전환사채(해외전환사채포함) 발행 후 만기 전 사채 취득'을 공시한 기업은 27곳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16곳)과 비교하면 40%(11곳) 증가했습니다.
이 공시는 회사가 전환사채를 발행한 이후 만기 전에 채권자로부터 해당 사채를 돌려받았다는 의미로, 크게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과 매도청구권(콜옵션) 두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옵션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사채권자가 풋옵션을 행사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해당 기업의 채권 가치가 하락하거나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들어 만기 전 사채 취득 공시가 늘어난 이유 역시 주가 하락과 관련이 깊습니다. 최근 공시를 예시로 들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지난 2022년 6월 1% 이자율로 3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던 네패스아크는 최근 채권자의 풋옵션 행사로 307억원 채권을 만기 전 취득했습니다. 이자율이 시중금리보다 저렴한 1%이기 때문에 채권자는 주식전환을 통한 시세차익 확보만을 목적으로 채권을 샀지만 네패스아크 주가 수익률이 기대만큼 못 미쳤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2년 6월 4만원대였던 네패스아크 주가는 현재 1만2000원대로 하락했습니다.
풋옵션 행사가 늘어나면 발행사는 현금 상환 부담을 지게 됩니다. 일례로 KC코트렐은 2022년 125억원 규모로 CB를 발행했는데, 지난 8월 원금의 59%에 달하는 약 73억원 규모로 풋옵션이 한 번에 행사되자 KC코트렐은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해 결국 워크아웃 절차를 밟게 됐습니다.
전환사채 풋옵션 행사는 코스닥 시장뿐만 아니라 코스피 시장에서도 발생합니다. 최근 하이브는 투자자들의 풋옵션 행사로 4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상환하게 됐습니다. 발행 당시 전환가액은 38만5500원이었는데 현재 주가는 19만원대여서 주식으로 바꾸면 큰 손실이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하이브는 4000억원 규모의 4회차 CB를 발행해 풋옵션 물량 차환에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전환사채(CB) 시장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을 논의해온 금융당국이 오는 3분기부터 전환사채 제도를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장사 의견 수렴이 29일까지 진행되므로 빠른 시일 내에 공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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