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수소전기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액체수소 생산과 안전밸브 성능 평가를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장치는 좁은 공간에서도 액체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안전밸브를 평가할 수 있어, 국내 수소산업의 기술적 전환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정한 '수소의 날(수소 원소 기호인 H₂를 이미지화해 11월 2일로 지정)'을 앞두고 발표된 이번 성과는 업계에서 큰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액체수소는 수소가스를 -253도로 냉각해 액화한 것으로, 부피가 기체보다 800배나 작아 보관 안정성이 높으며 주민 수용성 확보에도 유리하다. 운송 측면에서도 액체 형태로 전환하면 기존 기체 수소보다 대량 운송이 가능해 수소 보급을 더욱 가속할 수 있다.
그러나 액체수소의 생산과 저장, 이송 과정에서는 극저온 상태 유지와 압력 관리 등의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며, 이때 사용되는 부품의 품질 역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안전밸브는 탱크 내부 압력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자동으로 고압의 수소 기체를 방출해 위험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액체수소 생산 및 유통 네트워크가 완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라 안전밸브 제조 기업들이 제품 품질을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실제 액체수소 대신 액체질소나 액체헬륨 등 고가의 대체재를 이용해 불완전하게 부품 성능을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액체수소 사용 환경에서 완전한 성능 검증을 거치지 않은 안전밸브가 상용화될 경우 안전 문제가 우려되기도 했다.
KERI 수소전기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장치로 액체수소를 생산하고, 동시에 안전밸브 성능까지 평가할 수 있는 혁신적인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좁은 장소에서도 효율적으로 운용이 가능하도록 이동형으로 제작되었으며, 기업들이 실제 액체수소 환경에서 안전하게 밸브 성능을 검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미 KERI는 수년 전 '제로 보일 오프(Zero Boil-off, 액체수소가 기화되더라도 자동 극저온 냉각을 통해 다시 액화하는 기술)' 기술을 개발해 액체수소의 장기 저장을 가능하게 했으며, 이번 성과 역시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수소전기연구팀이 개발한 장치는 3t 규모의 액체수소 탱크 트레일러용 안전밸브 성능을 평가할 수 있으며, KERI의 방폭시험동에서 안전성 검증도 완료했다. KERI 고락길 수소전기연구팀장은 "국내외에서 실제 액체수소 환경에서의 안전밸브 성능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좁은 장소에서도 간편하게 액체수소를 생산하고 안전밸브까지 평가할 수 있는 이 장치를 통해 국내 수소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향후 추가 실험을 통해 더 높은 압력과 다양한 용량 조건에서도 장치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기능성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한국가스공사 등 공인인증기관에서 안전밸브 성능 평가에 활용될 수 있도록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관련 기업에 기술이전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지원하는 '액체수소 운송을 위한 3000㎏ 용량 탱크 트레일러 개발 및 실증 사업' 연구 과제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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