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브라질 국빈 방문…'트럼프 2.0' 대비 결속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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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입력 2024-11-1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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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0 계기로 시진핑-룰라 회담 예정

  • 習 "양국 수교 50주년 축하...관계 격상 기대"

  • 中, 美 관세 피해 '9위 경제대국' 브라질 공략

  • 브라질, 트럼프 1기 때 對中 수출 2배 늘기도

  • 이번에도 '일대일로' 가입은 안 할 전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 공군기지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5년 만에 브라질을 국빈 방문했다. 올해로 중국과 브라질이 수교 5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시 주석은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 간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하기 위한 결속을 한층 더 강화할 전망이다.

시 주석은 17일(이하 현지시간) 저녁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해 사흘 간의 브라질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시 주석은 18~19일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 후 수도인 브라질리아로 이동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시진핑은 이날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 공군기지 도착 후 서면 연설에서 “중국과 브라질은 뜻이 맞고 가는 길이 같은(志同道合·지동도합) 좋은 친구”라며 양국 간 우호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어 “룰라 대통령과 양국 관계를 한 단계 격상하고 양국 간 전략적 접촉 강화와 공동 관심사인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길 기대한다”면서 “이번 방문이 양국 관계를 다음 '황금 50년'으로 이끌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2.0시대에서 양국은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백악관 입성 즉시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대해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해왔다. 이에 대비해 중국은 수출 시장을 확대해야만 하고, 세계 9위 경제 대국인 브라질은 좋은 대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브라질은 중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늘려온 몇 없는 국가 중 하나로, 중국의 수출 확대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그만큼 브라질에도 중국은 중요한 수출 대상국이다. 중국은 브라질 석유와 철광석, 대두 등의 최대 수입국으로 이미 2009년 미국을 앞지르고 브라질의 최대 무역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이 미국 대신 브라질에서 대두, 옥수수, 닭고기를 사들이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동안에 브라질의 대중국 수출은 두 배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다. 

중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 동력인 에너지 분야에서도 브라질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이 중남미 지역으로 수출한 전기차, 태양광 패널, 리튬이온 배터리 규모는 2019년 32억 달러에서 2023년 90억 달러로 증가했는데, 브라질이 이 중 63%를 차지했다. 중국 기업들도 브라질 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 대표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와 창청자동차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브라질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다. 특히 BYD 브라질 공장은 지난 2021년 폐쇄된 포드 공장에 들어서는 것으로 아시아 외 지역 최대 공장이다. BYD는 이 공장을 중남미 지역 허브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외신은 양국이 밀착하는 이유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실세로 부상한 머스크와 브라질의 관계가 껄끄러운 것을 주목했다. 지난 4월 브라질 대법원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시절 가짜뉴스와 증오 메시지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디지털 민병대 관련 계정을 차단할 것을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요구했지만 머스크가 불복했고 지난 9월에 엑스는 브라질에서 한 달 넘게 접속이 차단되기도 했다.  

문제는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현재 브라질 위성 인터넷 서비스 시장 절반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브라질 당국은 중국 민간 우주항공 업체를 직접 방문하는 등 스타링크와의 협력 축소 준비에 나서기도 했다. 두 정상은 이번 만남을 통해 소고기부터 인공위성까지 포함하는 수십 개의 무역 및 협력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이외에도 중국과 브라질은 '탈달러'를 위한 협력도 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해 3월 무역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를 도입하고, 같은 해 10월 달러화 대신 위안화-레알화를 통한 첫 무역 결제에 나섰다. 현재 양국의 무역 거래에 있어 위안화 결제 규모는 미미하나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트럼프의 분노를 살 수 있다"면서 "그는 ‘달러를 떠나려는’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다만 브라질은 미국과 관계 악화되는 것을 우려해 일대일로 참여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현재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 코스타리카, 쿠바 등 중남미 22개국이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번 두 정상의 만남에서 일대일로를 주요 의제로 삼기를 바랐지만, 브라질 외교관들이 룰라 대통령에게 미국 대선 이후로 미루라고 조언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보도한 바 있다. 중국과 협력하면서도 주권과 독자적 경제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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