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도자공예에 ‘지금’이 비친다.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도자기는 살아 숨쉬며 시대의 변화와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고유한 가치는 잃지 않았다. 어느 모로 보든 우리의 모습이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현대 도자공예의 흐름을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 ‘한국 현대 도자공예: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21일부터 연다.
전시는 격변의 현대를 거쳐온 한국 현대 도자공예를 조망한다. 200여점에 달하는 작품은 각 시대상을 배경으로 한국 도자공예의 시작과 발전, 고유한 가치를 전한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폭풍이 휩쓸고 간 1950년대, 도자기는 수출을 위한 ‘데자인’ 상품이었다. 전시장에서 흘러나오는 “박정희 대통령은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 소비재 수출 진흥과 병행해서 기계류, 전자공업, 도자기 등의···” 뉴스 보도는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전한다. 경제 재건을 위한 한 축으로 도자기가 주목받는 가운데 전통과 정체성을 계승하려는 노력이 전개됐다.
조선백자의 정체성을 이은 한국조형문화연구소와 고려청자의 정체성을 이은 한국미술품연구소의 가마에서 각각 제작된 '백자청화북단산장재떨이'와 '청자상감인물문화병'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윤소림 학예연구사는 “도화 리플렛에는 김기창 작가의 사진과 이력, 안동오 작가의 사진과 이력이 모두 들어가 있다”며 “작가로서 동등하게 대우했다. (화가들은) 안동오 작가 공방을 직접 가야 했다. 그곳에 가마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 수출을 위한 다완 등도 활발하게 제작됐다. 일본인들이 이천, 문경 등지를 방문해 한국 전통 도자기를 다량으로 구매할 정도로 한국 도자 공예는 일본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거셌다. 지순탁의 '다완', '백자철화인형' 등을 통해 당시 일본인들이 선호했던 품목을 알 수 있다.
한국의 문을 전 세계에 활짝 연 88서울올림픽은 큰 변화를 일으켰다. 도예계 역시 국제 예술 양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조각적 특성을 강조한 ‘도자 조형’이 시작된다. 또 경제 성장 등으로 생활 도자 수요가 늘면서 광주요, 이도 등 수공예 생활 식기가 각 가정의 식탁을 채웠다.
한국 백자의 실험적 가능성을 탐구한 작품들도 주목할 만하다. 김덕호, 이인화의 '2022 블루보틀 명동점 사이니지' '2019 서보 위드 더 갤러리아 시리즈' 등은 작가의 정체성과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조화롭게 결합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1994년 과천관에서 열린 '한국 현대도예 30년전' 이후 30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 도자공예를 개괄하는 대규모 전시”라며 “그동안 미비했던 한국 현대 도자사를 정립하고 도자공예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11월 21일부터 2025년 5월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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