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부터 무대까지, 문화계 전반에서 여성이 두각을 나타냈다. 문학에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을 포함해 여성 작가들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공연에서는 드라마 '정년이'의 성공에 힘입어 여성국극이 부활을 알리는 등 여성 중심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었다.
2일 예스24에 따르면 2024년 한해 (1월 1일~12월 31일) 소설·시·희곡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 50위 가운데 한강의 작품이 1위부터 6위까지 모두 차지했다.
‘소년이 온다’가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이어 ‘흰’(4위),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5위), ‘희랍어 시간’(6위) 등 순이었다.
한강 작가 외에도 여성 작가들의 작품 다수가 독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특히 양귀자의 '모순'은 8위를 기록하며 꾸준한 인기를 입증했다. 1998년에 첫 출간된 ‘모순’은 2020년부터 다시 주목을 받았다. 스물다섯 살 미혼여성 주인공 안진진이 어머니와 이모의 삶을 바라보며 모순으로 가득 찬 삶을 들여다본다.
아울러 김애란 '이중 하나는 거짓말'(12위), 정유정 ‘영원한 천국’(16위), 최진영 ‘구의 증명’(17위), 김주혜 ‘작은 땅의 야수들’(18위), 정해연 ‘홍학의 자리’(27위),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등 여러 여성 작가가 주목받았다.
여성을 주제로 한 콘텐츠 역시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여성국극을 다룬 드라마 ‘정년이’의 인기에 힘입어 명맥만 유지되던 여성국극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국가유산진흥원이 주최한 여성국극 특별공연 ‘한국 최초 여성 오페라, 전설(傳說)이 된 그녀들’은 지난 12월 3일 국가무형유산전수교육관 민속극장풍류에서 막을 올렸다. 예매 시작 40분 만에 매진되면서, 2회가 더 추가되는 등 높은 관심을 끌었다.
새로운 시도와 방향성을 모색한 여성국극도 볼 수 있다. ‘벼개가 된 사나히’(1월 11~1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동시대 여성국극의 존재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해 온 여성국극제작소가 연극 창작진과 협업을 통해 혁신적인 시도를 선보이는 작품이다. 여성국극단에 ‘소년’이 입단하면서 여성국극의 전통적인 젠더 수행을 교란하고, 전복시키며, 젠더와 섹슈얼리티, 세대, 계급의 경계를 뒤흔든다. 원로 여성국극 배우 이소자와 이미자도 출연한다.
지난 연말, 연극에서는 국립극단의 ‘사일런트 스카이’가 매진을 기록했다. ‘사일런트 스카이’는 천재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업적을 담아낸 작품으로, 19세기 초 투표권조차 허용되지 않던 시대의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무대로 선보였다.
사일런트 스카이를 연출한 김민정은 기자간담회에서 “20세기 초는 격변기였다. 그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살고, 과거를 통해서 배우는 것들이 명확히 있다”며 “현재 또한 미래 누군가에게 배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인류가 진보해 온, 인류가 함께 나아온 역사의 흐름이다”라고 말했다.
뮤지컬에서는 ‘마타하리’(3월 2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가 현시대에도 공감할 수 있는 시의성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마타하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마타하리’는 비범한 여성 캐릭터를 다룬 소수 작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뮤지컬 중에는) 강한 여성 캐릭터에 대한 얘기가 많지 않았다”며 “공연을 만들면서 지키는 원칙은 일상적으로 보지 못하는 비범한 캐릭터와 굉장히 중요한 상황에 놓인 사람에 대해서 쓴다는 것이다. 마타하리는 비범하고 중요한 상황에 놓인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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