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미국과 중국 간 IT(정보통신), AI(인공지능), 5G 이동통신 등 첨단기술을 둘러싼 패권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AI와 5G 등 신기술에 대한 글로벌 표준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은 기술 파트너를 선택하도록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국내 기업들이 손실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9일 미국 정치권에 따르면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달 중국산 레거시 칩, 인터넷 공유기, 반도체 등 주요 품목에 대한 퇴출 검토를 종료했다.
또 중국산 소프트웨어와 관련 기기에 대한 수출제한 조사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10%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후 중국산 IT 기기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올해는 5G와 AI 등 기술경쟁이 심화하는 분야에서 대중국 제재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이 첨단기술의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글로벌 표준을 미국이 주도하게 되면 해당 기술이 미국 기준으로 정의되면서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업계는 미국이 이를 위해 유럽, 일본 등 우방국들과 ‘기술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패권 경쟁에서 글로벌 IT 및 AI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문제는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 또한 이와 같은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ICT 수출에서 약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고 미국하고만 협력할 것을 강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전체 ICT 수출 중 대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3.1%에 달한다. 비중은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 IT 산업의 최대 교역국이다. 반면 대미국 수출 비중은 21.7%로 2022년 13.9%에서는 증가했지만 여전히 중국 대비 절반 수준이다.
한국 첨단제품 57%는 중간재로 판매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완성품보다는 부품이나 특정 기술 수출에 주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미 수출 중 중간재 비중은 8.8%에 불과하지만 대중 중간재 수출 비중은 29.6%에 달한다.
이에 따라 국내 IT 기업으로서는 중국을 배제하면 매출이 절반으로 축소될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미국을 무시하면 미국 중심으로 진행되는 글로벌 기술 표준 연합에서 배제되면서 기술경쟁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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