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피해를 본 국립한글박물관의 8만여 점의 소장 자료 전체가 1개월 이내에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로 이전된다. 이번 화재로 애초 공사 대상이 아니었던 박물관 3층이 전소된 만큼, 재개관 일정을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이하 박물관)은 지난 1일 오전 8시 40분경 박물관 증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응급 복구와 국가유산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3일 밝혔다.
박물관은 이번 화재로 인한 작업자와 직원의 인명피해는 없었으며, 주요 화재 피해 장소는 3층 한글놀이터(약 576㎡)와 복도라고 밝혔다. 화재의 정확한 사고 경위는 경찰 등 관계기관이 조사하고 있다. 현장 감식은 오는 4일 진행된다.
화재 원인이 파악된 후 박물관 전체에 대한 외부 전문기관의 정밀한 구조안전진단을 실시한다. 진단은 1개월이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진단 결과에 따라 공사 범위 및 일정을 결정한다. 애초 공사 범위 대상에 속하지 않았던 3층이 이번 화재로 큰 피해를 본 만큼, 공사 범위와 일정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10월 재개관이 불가능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안승섭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운영과 과장은 “3층을 포함한 건물 전체에 대한 구조안전진단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현재로서는 재개관 일정을 예측할 수 없다. 진단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를 본 구역의 경우 전체 공사를 진행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소방당국은 증축공사 현장에서 철근을 자르기 위해 용접 작업을 하다 불티가 튀어 화재가 시작됐을 것으로 본다. 향후 현장감식을 통해서 명확한 화재 원인이 드러날 전망이다.
수장고에 방화벽 등이 설치된 덕분에 이번 화재로 인한 문화유산 피해는 없다. 다만, 박물관은 월인석보 등 중요 문화재급 26건 257점을 화재 당일에 신속히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로 이동·격납 조치했다.
현재 수장고에 보관·관리 중인 8만여 점의 소장 자료도 소산계획을 수립하고 1개월 이내에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로 이전 격납을 완료할 방침이다. 일부 소장 자료 9000여 점은 국립민속박물관 임차수장고에서 보관 중이다.
피해 예방 방안도 세우기로 했다. 이번 증축공사 현장은 안전관리자 선임 대상은 아니지만 향후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안전관리자를 선임‧배치하고, 안전교육 및 현장점검 강화 등 안전대책을 마련한다.
공사기한을 맞추기 위해 휴일 근무 등 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한 것은 아니냐는 추측과 관련해 박물관 관계자는 “건설법상 휴일 근무는 일요일로만 한정돼 있다”며 휴일근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강정원 관장은 “이번 화재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화재 피해 수습과 문화유산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