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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게임·공간·음악"…'오징어 게임' 제작진이 말하는 시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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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5-02-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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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경선 미술감독 사진넷플릭스
채경선 미술감독 [사진=넷플릭스]
그야말로 '신드롬'이었다. 지난 2022년 9월 공개돼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사로잡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한국 콘텐츠의 새 활로를 열어주었고 글로벌 주류 문화로 끌어올렸다. 또 미국 에미상, 영국 골든글로브에서 수상하며 흥행과 작품성까지 다 잡았다.

글로벌 시장을 뒤흔든 '오징어 게임'은 3년 뒤, 시즌2로 돌아왔다. 지난해 12월 26일 공개돼 11일 만에 1억2620만 시청수 기록을 세우며 역대 최고 인기 시리즈(비영어) 2위에 오르며 여전한 인기를 증명했다.

이같은 '오징어 게임' 신드롬 뒤에는 제작진의 숨은 노력이 있다. 파격적인 색감, 독창적인 촬영 기법, 그리고 귀에 맴도는 음악까지. 이 모든 요소들이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조화를 이루어, 오늘의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아주경제는 최근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채경선 미술감독·김지용촬영감독·정재일 음악 감독을 만났다. '오징어 게임'의 숨은 비하인드부터 시즌3에 대한 귀띔까지 들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시즌1부터 2까지 작업을 했어요. 사실 시즌2를 만들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서 부담이 되긴 했습니다. 더 잘 만들고 싶어서요. 너무 큰 사랑을 받았다 보니까 '이거보다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도 했죠. 하지만 그 또한 재미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작업을 했고요 전작보다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채경선 감독)

"저는 후반 작업을 맡다 보니 채경선 감독님, 김지용 감독님이 만드신 걸 받아보는 편이에요. 저 역시도 시즌2 생각을 못했었는데 두 감독님께서 워낙 훌륭하게 만들어주셔서 감동하며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후반 작업을 맡아서 아직 (시즌3) 하고 있고요. 시즌2가 잘 되었는지 어떤지 실감을 못하고 있고 그저 스튜디오 안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하."(정재일 감독)

"저는 시즌1의 열렬한 팬이었고, 시즌2부터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팬이었는데 (시즌2의) 반응까지 좋으니 기뻐하는 중입니다."(김지용 감독)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김지용 촬영 감독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김지용 촬영 감독 [사진=넷플릭스]

세 감독은 애정 가득히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잘될 거라고" 믿어왔지만 이렇게 글로벌적인 흥행을 거둘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열렬한 반응에 "더욱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휩싸이기도 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어깨에 짐이 올라온 느낌이더라고요. 미술팀과 '어떻게 하면 이 부담감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당연히 시즌1보다 잘 해내고 싶었고요. 전 세계에서 기대하고 있으니, 그에 걸맞은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했죠.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과한 디자인을 내놓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며 컬러감에 변화를 주기도 했고요. 결국은 다시 극으로 돌아와서 시나리오에 집중하고 초심을 찾자고 생각했어요.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 마인드 컨트롤을 했어요. 기존에 하던 대로 하자. 그게 결론이었죠."(채경선 감독)

정재일 감독도 시즌2 제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혹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읽고 "더욱 진화했다"고 느꼈다고 거들었다.

"음악하는 사람은 스튜디오 안에만 있으니까, 바깥의 상황을 크게 느끼지는 못해요. 다만 시즌1을 만들 때 시즌2는 안 한다고 하셨던 거 같은데 (엄청난 인기로) 시즌2도 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시즌2를 한다고?' 스케치를 들여다보니 다시 게임장에 들어간다는 거예요. 또 살육이 이뤄지겠거니 생각했는데, 편집본을 보니 시즌1과 다른 면들이 있더라고요. 시니컬하기도, 따뜻한 면도 있어서 시즌1보다 진화되었다고 느꼈어요."(정재일 감독)

채 감독과 정 감독은 시즌1을 '라이벌'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두 감독이 경계한 것은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탈피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들과 달리 "시즌2로 새롭게 합류했기 때문에 객관적 시선에서 볼 수 있었다"는 입장이었다.

"저는 시즌1의 열렬한 팬이었고 '어서 시즌2를 내놓으라'는 쪽이었죠. 내가 시즌2를 찍게 될 줄은…. 하하. 제가 (채경선 정재일) 감독님들과 다른 건 시즌1의 팬이었고 새로이 합류했으니 (같은) 부담은 가지지 않는 포지션이었던 거 같아요.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고 담백하게 갈 수 있었죠."(김지용 감독)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비하인드컷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비하인드컷 [사진=넷플릭스]

시즌1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말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았다. 김 감독은 '팬'의 시선에서 그들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있었고 작품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잡아나갔다.

"시즌1의 팬들은 시즌2가 반복되는 걸 보고 싶어 하고 동시에 변주하기를 바라기도 해요.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걸 찾는 거죠. 성기훈이 다시 게임장으로 돌아가는데 이 공간을 어떻게 다르게 바라봐야할까 고민했어요. 카메라 앵글을 다양한 각도로 찍기도 했어요. 시즌1과 시즌2를 비교해서 보신다면 이 변주의 지점들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김지용 감독)

채 감독과 시즌1과의 변주를 위해 여러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엉뚱한 도전을 했었어요. 시나리오를 분석하면서 '체육복을 바꿔볼까?' 하기도 했고요. '가면을 그대로 갈 것이냐?' '숙소 이불 색깔을 바꿔볼까?'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죠. 역시 오리지널이 좋더라고요. 시청자들이 좋아했던 걸 그대로 가져가 보자고 해서 살려야 할 부분들을 살려낸 거죠. 이번 시즌에서는 투표가 중요했고 '오(O)'와 '엑스(X)'가 주된 포인트라서 시각적으로 어떻게 살릴 건지 이야기했었는데. 감독님께서 형광펜은 어떠냐고 하셔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어요. 하하. 조명을 심어보자고 하고 여러 색감, 조명, 톤 테스트를 거쳐서 만들어냈습니다. 시즌1보다 다양한 컬러가 추가되지 않았나 평가해요."(채경선 감독)

음악에서도 정통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변주를 이어 나가야 한다는 고민은 이어졌다.

"음악적으로는 시즌1이 아카이브가 되어주었고 재료가 이미 마련되어있어서 '여기에서 출발하면 더 많은 걸 펼쳐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음악은 테마가 있으면 반복하고 변주해 나가는데 '오징어 게임'은 특이하게도 각 챕터마다 다른 게임이 나오니까 변주의 기회는 적었습니다. 감독님께서 유일하게 구체적으로 디렉션을 준 경우가 있었는데요. 그게 시즌1을 상징하는 테마인 '웨이 백 댄'(Way back then)을 변주하는 거였어요. 그 곡이 시즌1에서 딱 한 번 등장하거든요. 아이들이 게임하는 장면에 나오는 곡인데 그게 '오징어 게임'의 상징곡이 되었어요. 그 질감대로 한 번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웨이 백 댄'을 변주한 곡이 시즌2에서는 '웨이 포워드(Way forward)'로 나왔어요. 기훈이 딱지남을 잡기 위해서 돌아다니는 장면에서 썼습니다." (정재일 감독)
오징어 게임 정재일 음악 감독 사진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정재일 음악 감독 [사진=넷플릭스]

정 감독은 시즌2에서 화제를 모았던 5인 6각 신의 배경음악과 비하인드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노래 선곡은 전부 감독님이 하셨습니다. 저는 오리지널 스코어만 작곡해요. 시즌1 때는 클래식 음악을 비롯해 몇 곡 제안하기도 했는데 좀 안 맞으셨던 것 같아요. 시즌2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도 감독님의 아이디어였어요. 사실 전 '괜찮을까?' 생각했었거든요. 응원곡을 넣는 게 어울릴까 싶어서요. 그런데 실제로 화면에 음악을 붙여봤더니 다들 무릎을 치며 감탄했죠. 제가 가장 몰입했던 챕터기도 하고요 비극 속에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김지용 감독도 가장 몰입했던 챕터와 카메라의 구도, 조명의 의도에 관해서 설명해 주었다.

"카메라 각도를 통해 시청자가 좀 더 체험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신경 썼어요. 마치 참가자 중 한 명이 된 것처럼 사건에 더 가깝게 다가가도록 촬영했죠. 다큐 느낌도 살리면서 참가자 관점, 모니터 관점, 전지적 관점을 적절히 섞으려고 했어요. 가까이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 느껴지는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런 차이가 투표할 때도 참가자의 심리를 느낄 수 있게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부감으로 찍은 장면에서는 액션 배치가 또 다르게 보이는데, 그 점에서도 새로운 재미를 주고 싶었죠. "(김지용 감독)

김 감독이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은 건 '딱지남'과 '기훈'의 대결이었다.

"붉은 조명은 작품에서 중요한 테마인 'OX'와 연결돼요. 그래서 1, 2부에서는 빨간색이나 파란색으로 테마를 잡아가려고 했어요. 작품 안과 밖의 세계가 다르지 않다는 걸 살짝 암시하고 싶었거든요. 구체적으로 모텔 외관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그런 조명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걸 발견하고 활용했죠. 그다음에는 배우들이 훌륭한 연기를 보여줘서 더 영감을 받으며 촬영할 수 있었어요."(김지용 감독)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3는 오는 6월 27일 공개된다. 일각에서는 시즌2가 시즌3의 브릿지 역할로 시원하지 못한 끝맺음을 남겨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던바. 세 감독은 입을 모아 "시즌3에서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즌3에는 더욱 재밌는 게임들이 나올 거예요. 시즌2에서 게임이 많이 안 나와서 아쉬우셨다면 시즌3에는 새로운 공간과 재밌는 게임들이 많이 등장하니 기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채경선 감독)

"시즌2의 엔딩이 당혹스러웠던 분들이 많으신 것 같은데요. 시즌3은 굉장한 작품이 나올 것 같습니다. 기대해 주셔도 좋아요."(정재일 감독)

"그 당혹스러움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있을 거예요."(김지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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