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사회에서 양자기술 최하위 국가로 분류되던 한국이 지난해부터 양자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에 이어 한국도 자체 양자컴퓨터 개발에 성공했으며, 최종 시연을 앞두고 있다. 국내 연구진들은 양자컴퓨터 구동을 위한 새로운 메커니즘을 발견하고 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정부 역시 양자기술 전담 조직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여전히 한국의 양자기술은 미국, 중국 등 주요국보다 10년 이상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양자 분야의 잠재력을 확인한 만큼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표준연은 앞서 임시 시연을 통해 한국이 자체 양자컴퓨터 개발에 성공했음을 알렸다. 이번 최종 시연에서는 한국의 양자컴퓨터 개발 역량을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입증할 계획이다. 표준연은 2027년 초까지 50큐비트 규모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2032년에는 1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선보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비록 미국과 중국이 개발한 500큐비트 이상 규모의 양자컴퓨터에 비해 성능은 뒤처지지만, 개발 속도는 주요국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2035년까지 3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양자기술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연구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KAIST(카이스트) 물리학과 라영식 교수 연구팀은 양자오류 정정 기술의 핵심인 3차원 클러스터 양자얽힘 상태를 세계 최초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절대영도에 가까운 저온에서만 작동하던 양자컴퓨터를 상온에서도 작동 가능하게 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다. 비록 현재는 기초연구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향후 양자컴퓨터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라영식 교수는 “이번 연구는 광자를 기반으로 양자컴퓨터를 구동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당장 산업에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이를 통해 양자기술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올해 한국의 양자기술 수준 평가가 한 단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과기부가 발표한 ‘양자컴퓨터 글로벌 기술 수준 전략지도’에 따르면, 한국의 양자기술 수준은 주요 12개국 중 최하위로, 2.3점을 기록했다. 미국이 100점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중국은 35점, 일본은 24.5점으로 평가됐다. 양자통신과 양자센서 분야에서도 한국은 각각 2점대에 머물러 최하위를 기록했다.
라 교수는 “한국의 양자기술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여전히 뒤처져 있지만, 일부 분야에서는 다른 국가들이 이루지 못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특정 분야에서 한국만의 차별화된 원천천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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