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파행으로 끝난 가운데 유럽 국가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트럼프 정부의 방위비 및 관세 압박으로 갈길 바쁜 유럽이 미국과 우크라이나를 중재해야 할 부담까지 안게 됐다.
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19명의 유럽 주요국과 캐나다 및 주요 기관 정상들은 런던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주재로 긴급 정상회담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곤욕을 치른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위로를 전했다. 아울러 유럽 정상들은 종전 협상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미국-우크라이나 중재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매체 르 피가로지에 밝힌 바에 따르면 유럽은 자신과 스타머 총리 주도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우선 1개월간 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평화협정 계획을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계획에 동의하면, 젤렌스키 대통령으로 하여금 트럼프 측이 원한 대로 미국에 광물 수익의 일부를 제공하는 평화 협정에 서명하도록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열린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은 당초 광물 협정을 포함한 종전안이 체결될 전망이었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거듭된 안보 보장 요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비판 및 이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불쾌한 반응 등이 맞물리며 파행으로 끝났다.
이후 트럼프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중단 및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 가능성을 시사하는 소식들이 나왔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패배할 수 있다는 전망에 유럽의 불안감은 한층 고조됐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유럽에 방위비 인상 압박과 관세 위협 등으로 공세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에 맞서 성공적으로 유럽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미국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따라서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해 미국과 우크라이나 모두를 달래서 중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렬 후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그는 평화 준비가 되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는데, 양국 관계 회복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들여 온 광물 협상 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2일 BBC에 자신은 여전히 미국과의 광물 협상에 "사인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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