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적성국 국민법’을 동원해 불법 이민자를 추방한 것을 두고 미 행정부와 사법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대법원장은 불법 이민자 추방 일시 정지 명령을 내린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성명을 이례적으로 냈다.
앞서 미국 이민 당국은 연방 법원 판사가 일시적 추방 금지 명령을 내렸음에도 260명 이상의 이민자들을 엘살바도르로 추방됐다. 제임스 보스버그 워싱턴DC 판사는 15일 추방을 일시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지만, 행정부 측 변호사들은 이민자들을 태운 비행기가 이미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에 보스버그 판사는 구두로 비행기를 돌리라고 했지만, 비행은 계속됐고 결국 이들은 추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대선) 일반투표를 상당수의 표차로 이기지 못했고 7개 경합 주를 이긴 것도 아니다”면서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겼으나 불법 이민에 대한 싸움이 이번 역사적 승리의 첫 번째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유권자들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선출직이라는 사실을 내세우며 법원과 정면충돌한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법원의 명령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며 사법부와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 200년 이상 (법관) 탄핵은 사법부 결정을 둘러싼 이견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됐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그 목적을 위해서는 일반적인 항소 절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불법 이민자 추방에 사용된 적성국 국민법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으로 발동됐다. 이는 전쟁 시 외국인을 투옥하고 추방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법으로 1798년 통과됐다. 이 법은 1812년 전쟁,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등 총 3번 사용됐다.
심지어 미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갱단과 연관된 불법 이민자를 추방했다고 밝혔지만 정확히 누가 추방됐는지, 베네수엘라 갱단원이 맞는지, 미국에서 범죄를 저질렀는지 등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한편, 미 법원은 국제개발처(USAID)의 해체를 추진한 것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트럼프 정책에 제동을 걸며 사법부와 행정부 간 갈등이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연방 판사의 탄핵을 위해서는 하원의 과반 찬성과 상원 3분의 2의 지지가 필요해 공화당 독자적으로 법관 탄핵은 불가능하다. 미국 역사상 15명의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가 진행됐으며 실제 탄핵당한 판사는 8명뿐이라고 AP통신은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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