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美 '3단계 현지화 전략' 본격 가동…고율 관세 대응 박차

  • LG엔솔 미시간 홀랜드 공장 증설

  • 삼성SDI 46파이 배터리 양산 성공

  • SK온 SKBA 일부 현대차 전용화

LG에너지솔루션 대전연구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 대전연구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전기차에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 확대와 현지 조달 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이른바 3단계 현지화 전략이 본격 가동되며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달 3일부터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어 5월 3일부터는 전기차용 배터리 팩과 모듈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150개 품목에도 고율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확대 리스트에 따른 조치로 배터리 핵심 부품 상당수가 포함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리튬이온 배터리 대미 수출액은 5225만달러에 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배터리 업종의 대미 관세 노출 비율이 전체 산업 중 가장 높은 84.6%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내 공급망 안정화에 속속 착수하고 있다.

국내 3사는 미국 내 생산라인 확대 현지 조달망 확보 차세대 기술 개발을 골자로 한 3단계 현지화 전략을 앞다퉈 가동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증설 일정을 1년 앞당겨 내년 상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애리조나주에서 건설 중인 원통형 배터리 공장은 2025년 중순 시제품 생산을 거쳐 연말 양산에 돌입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에서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 델타 일렉트로닉스와 4GWh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해 현지 조달망을 강화했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업계 가운데 가장 먼저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성공했다. 테슬라에 공급 중인 해당 제품은 성능 테스트를 마쳤으며 최근 북미 고객사에 초도 물량을 공급했다. 에너지 밀도가 기존 제품보다 약 6배 높은 고성능 배터리로 평가된다. 삼성SDI는 북미 생산 거점 구축을 위한 입지 협의를 진행 중이며 현지 부품사와의 공급 협력도 병행하고 있다.

SK온은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북미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SKBA) 공장의 일부 라인을 현대차 전용으로 전환해 아이오닉 시리즈 EV6 EV9 등 북미 전략 모델에 배터리를 독점 공급 중이다. 고에너지밀도 배터리와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도 병행하며 북미 시장 맞춤형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 이후에도 공급망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배터리 소재와 부품에까지 정밀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미 중심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생산 거점과 판매망의 다변화가 필수라고 조언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율 관세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미국 시장 의존은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제3회 보훈신춘문예 기사뷰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