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 4.5일제 도입 논의가 조기대선 공약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도 주 4.5일제를 주요 의제로 내세워 노동시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사들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지만 국회로 진출한 금융노조 출신 정치인들이 노조에 힘을 실어주면서 협상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올해 산별중앙교섭 핵심과제로 주 4.5일제를 결정하고 △영업시간 단축 △조기 출근 △야간 시간 외 근무 근절 △점심시간 동시 사용 등을 의제에 포함했다. 금융 노사는 지난 8일 상견례와 1차 산별중앙교섭을 진행했고 계속 추가 협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특히 노동시간 단축은 대선 과정과 맞물려 사회의제화 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민생연석회의 의제에 주 4일제를 포함시킨 데 이어 국민의힘도 14일 주 4.5일제를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홍배·김현정 의원을 앞세워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 중이다. 박 의원은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을 거쳐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 위원장을 지냈고, 김 의원은 BC카드 노조위원장과 민주노총 산하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이들 의원은 금융권 노사 협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며 사실상 '노조의 입'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노조 측은 정치권과의 연대를 강화하면서 투쟁 강도를 올릴 계획이다.
4.5일제는 근무시간 단축 이상의 구조적 변화가 요구돼 노사 합의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자칫 교섭 테이블에서 정치적 부담까지 함께 떠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정치권과 연계된 노동 이슈가 교섭 구조에 영향을 미칠 경우, 금융권의 대응 공간이 지나치게 협소해지고 노사 신뢰마저 훼손될 수 있다.
노조 측은 주 5일제가 법제화 되기 전인 2002년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5일제를 시행한 만큼 이번에도 4.5일제 포문을 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협상이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인 흐름을 형성하는 전초전의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지난 2021년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이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시도를 했으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실제 도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금융사들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사회적 합의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시중은행은 이미 평균 1억원 수준의 급여와 수억원대 퇴직금, 연말연초 상여금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여기에 비대면 가속화와 점포수 감소로 금융당국의 눈초리도 따가운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권 흐름을 보면 근무시간 단축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이야기는 아닐 수 있지만 금융업권, 혹은 개별 은행 차원에서 결정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금융·산업계에서는 4.5일제가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주는 안건이라고 보고 있어 이에 대한 해법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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