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배터리 1위 업체 CATL이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CATL의 가격 공세에 대응해 기술력으로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CATL은 1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시에이티엘코리아 주식회사'(CATL코리아)를 설립하고 영업·마케팅·인사 등 분야에서 경력직 채용을 진행 중이다. 기존 사무소에서 법인으로 전환하며 국내 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CATL은 ESS(에너지저장장치)를 포함한 산업용 배터리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 제품군을 앞세워 진출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CATL코리아 관계자는 "강남 사무소는 3년 전부터 있었지만 이번 법인 설립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국내 사업을 키워나갈 예정"이라며 "하반기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LFP 배터리 중심의 진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위기감을 느끼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CATL에 점유율 격차를 허용한 상황에서 국내 시장마저 내줄 경우 기술력 격차가 더 벌어질 우려가 크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기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3사의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은 16.9%로 전년 동기 대비 3.0%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CATL은 38.9%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업계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LFP 배터리가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LFP는 저가형 배터리로 중국산 제품이 국내산보다 최대 40% 저렴해 완성차 업체들이 선호하는 이유가 된다.
이에 대응해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양극재 기업 룽판커지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부터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SK온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하고 내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SDI는 ESS용 LFP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며 니켈·망간계(NMX) 배터리로 중저가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CATL은 가격 경쟁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기술 우위와 소재 다변화를 통해 충분히 반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통한 기술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LFP 시장 경쟁은 단기전이 아닌 중장기 기술전"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가격뿐 아니라 품질, 안정성 측면에서도 경쟁 우위를 입증해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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