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된 K-상장사] 韓 기업 지배구조 흔드는 외국 행동주의 펀드, 지분 확대·이사회 진입

  •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주주 제안 통해 이사회 진입 시도 본격화

  • '스워밍 전략' 등장…국내외 펀드, 동시에 한 기업 겨눈다

  • 지배구조 개혁 vs 단기 수익 추구…엇갈리는 外 행동주의 실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기업에 대한 해외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단순 투자에서 벗어나 경영 참여로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에 진입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인 블루오카캐피털은 DN오토모티브 지분 확보 계획을 최근 공개적으로 밝히고 가까운 시일 내에 주식 매수에 나설 계획이다.
 
블루오카캐피털은 DN오토모티브 지분을 매입한 배경으로 저평가된 주가와 안정적인 현금 흐름, 다음 달로 예정된 디엔솔루션즈 상장을 통한 리레이팅 기대, 원활하게 진행 중인 승계 과정 등을 꼽았다. 특히 블루오카캐피털은 상장 이후 DN솔루션즈 가치가 현재 DN오토모티브 시가총액 대비 5배에 달하는 5조~6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미리캐피털은 이달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 주식을 추가 매입해 11% 넘는 지분을 확보했다. 이번 지분 매입으로 미리캐피털이 보유한 스틱 지분은 10.24%(426만7397주)에서 11.54%(481만1247주)로 늘었다. 취득 목적은 '일반 투자'로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임원 보수나 배당 확대, 이사 선임 반대 등 보다 적극적인 주주활동이 가능하다.
 
미리캐피털은 도용환 스틱 회장(13.46%)에 이은 2대주주다. 지난달에는 얼라인파트너스도 스틱 지분 6.64% 보유 사실을 공시했다. 최근 두 곳은 코스닥 상장사 가비아에도 나란히 투자하면서 시장에선 이들이 스틱 경영진에 대해 공동 압박을 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해외 행동주의 펀드가 국내 행동주의 펀드와 연대해 동일한 기업을 동시에 겨냥하는 '스워밍' 전략이 나타나고 있다. 스워밍은 사전 모의 없이 동일한 타깃 기업을 상대로 독자적인 전략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기업이 방어하기도 더욱 어렵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 달튼인베스트먼트는 콜마홀딩스 이사회에 합류해 주목받고 있다. 콜마홀딩스는 지난달 31일 주총에서 임성윤 달튼코리아 공동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달튼은 국내 상장사 가운데 콜마홀딩스 외 10개 이상 상장사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의 '기업가치 제고' 명분이 실상은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SK스퀘어에 밸류업 계획 강화를 요구하며 행동주의 캠페인에 나섰던 팰리서캐피털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조차 제출하지 않은 채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을 1% 미만으로 줄였다.
 
이 기간 SK스퀘어 주가가 20% 넘게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팰리서캐피털은 상당한 차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팰리서캐피털은 SK스퀘어에 대해 자사주 매입 확대, 경영진 보수의 성과 연동 등을 요구하며 적극적인 주주 관여 활동을 예고했지만 실질적인 개선 압박은 이어지지 않았다. 팰리서캐피털은 엘리엇매니지먼트 출신 제임스 스미스가 2021년 설립한 영국계 헤지펀드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의 주요 타깃은 대기업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상장사 규모에 관계없이 이사회 의석을 확보해 기업 경영 전략에 깊이 관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해외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의 단기 주가 상승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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