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이 대규모 국내 콘서트를 흥행으로 이끌면서 자체 문화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증명했다. 지난해 말 베트남 하노이 미딩 경기장에서 열린 2박 3일의 콘서트 'Anh Trai Say Hi(오빠가 너에게 안녕)'는 1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베트남 내 모든 콘서트 기록을 경신했다.
블랙핑크의 하노이 공연을 포함, 그동안의 모든 공연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둔 이 콘서트는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2024년 10대 대표 문화 행사'로 선정되었다. 아울러 2024년은 베트남 엔터테인먼트 산업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한 시즌이 되었다.
이는 베트남 시장에서 새로운 문화 물결이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젊은 베트남 관객층은 VIP 티켓 구매와 틱톡, 유튜브에서의 활발한 홍보 등을 통해 자국 콘텐츠를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 북부지역의 정수(Tinh hoa Bac Bo)'와 같은 실감형 기술 공연, 'Anh Trai Vuon Ngan Chong Gai(수천 개 역경을 극복한 오빠)' 음악 콘서트, 다낭 불꽃놀이 축제 등은 이미 동남아시아의 주요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베트남 국회 문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인 부이호아이선(Bui Hoai Son) 교수는 "대규모 이벤트에 익숙해지면, 베트남 문화 산업이 2030년까지 GDP의 7%를 기여하는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베트남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아직 국제 수준의 무대와 연습생 교육 체계, 고급 공연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베트남과 한국의 문화 협력 가능성
따라서 베트남은 문화 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의 중심 산업인 제조업 및 농림수산업과는 다른 문화 산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응오흐엉장(Ngo Huong Giang) 베트남 문화 연구가는 "행정적 장벽을 없애고 문화 기업을 위한 별도의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 협력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류를 앞세워 문화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과 베트남 간의 협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한국의 첨단 무대 기술, 예를 들어 8K LED(발광 다이오드) 스크린과 다차원 사운드는 하노이가 계획하고 있는 홍강변 야외 공연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주요 연예 기획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3~5년 연습생 교육 모델은 베트남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처음부터 표준화된 절차를 통해 우수한 인재를 배출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고, 케이팝을 전 세계로 홍보하는 위버스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은 베트남 뮤직비디오와 영화의 초기 단계부터 활용 가능한 유통 채널이 될 수 있다.
'오빠가 나에게 안녕' 콘서트가 하노이 미딩에서 울려 퍼졌을 때 이는 단순한 대규모 공연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이는 베트남 관객들이 글로벌 수준의 작품을 기대할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베트남 문화 산업은 수요 측면이 높아진 상황에서 공급 측면의 개선이 과제로 남게 됐다. 여기서 한류의 기술, 교육, 콘텐츠 수출 경험이 베트남의 젊은 시장과 만나면 두 국가 모두 아시아 문화 지도에서 큰 진전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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