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보다 0.2% 뒷걸음쳤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미국 관세정책 우려가 커지면서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탓이다.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도 한국은행이 당초 예상한 1.5%보다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이 -0.2%로 집계됐다고 24일 발표했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4년 2분기(-0.2%) 이후 3분기 만이다. GDP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3% '깜짝 성장' 이후 지난해 2분기 -0.228%, 3분기 0.1%, 4분기 0.066%, 올해 1분기 -0.2% 등 5분기째 경기 침체 수준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1분기 GDP 성장률은 한은의 지난 2월 공식 전망치 0.2%보다 0.4%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다만 한은은 지난 17일 GDP 성장률 발표에 앞서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 배경으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미국 관세정책 우려에 따른 3월 중 경제 심리 위축, 역대 최대 산불 피해, 일부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HBM) 수요 이연 등을 거론했다.

1분기 성장률은 전 영역이 부진했다. 수출은 화학제품, 기계 및 장비 등이 줄어 1.1% 감소했고 수입은 에너지류(원유, 천연가스 등)를 중심으로 2.0% 줄었다. 민간소비 역시 서비스 소비(오락문화, 의료 등) 부진으로 0.1% 감소했고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이 줄어 0.1% 뒷걸음질쳤다.
특히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3.2%, 설비투자는 기계류(반도체제조용장비 등)가 줄어 2.1% 축소됐다. 설비투자의 1분기 성장률은 2021년 3분기(-4.9%)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내수를 구성하는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각 -0.4%포인트, -0.2%포인트를 기록했다. 그만큼 성장률을 깎아내렸다는 의미다. 민간소비(0%포인트)와 정부소비(0%포인트)는 성장률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업종별로는 전기·가스·수도업이 가스·증기·공기조절 공급업을 중심으로 7.9% 성장했고 농림어업도 어업 호조로 3.2% 늘었다. 반대로 제조업은 화학물질·화학제품·기계·장비 등 위주로 0.8% 감소했고, 건설업도 건물건설 부진과 함께 1.5% 줄었다.
서비스업(0%)의 경우 금융·보험·정보통신업 등은 늘고 운수업·도소매·숙박음식업은 줄면서 전체로는 정체 상태를 보였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지난해 4분기보다 0.4% 감소해 GDP 성장률(-0.2%)을 하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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