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의 미국 시장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은 이들 기업의 실적을 떠받치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업계는 하반기 실적 반등의 열쇠로 미국 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확대와 정부 차원의 ‘한국판 IRA’ 도입을 꼽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747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38.2% 증가했다. 이 중 AMPC 보조금 수령액은 457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1%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실제 영업이익은 830억원의 적자였다. 지난해 4분기 AMPC를 제외한 영업적자는 무려 6028억원에 달했다.
삼성SDI는 같은 기간 1094억 원의 AMPC 보조금을 받았지만 43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로 돌아섰다. 전년 동기에는 249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었다. SK온도 1708억원의 보조금을 반영했음에도 299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전분기 보조금 수령액은 813억원이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 현지 투자를 선제적으로 진행한 덕분에 AMPC 혜택을 받고 있지만, 이제는 이 보조금이 실적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수준이 됐다"며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된 상황에서 보조금 의존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AMPC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하반기 대응책으로 ESS 시장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보류했던 미국 애리조나 ESS 공장 계획을 재조정해, 기존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 ESS 전용 라인을 추가하고 북미 내 생산 일정을 1년 앞당기기로 했다. 삼성SDI 역시 ESS 배터리 생산을 위한 미국 내 신규 거점 확보를 본격 검토 중이다.
업계는 동시에 정부의 보다 실질적인 지원도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중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나, 한국은 투자세액공제를 제외하면 직접 보조금이 거의 없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 특히 현행 세액공제는 흑자 기업에만 적용돼, 적자 상태인 기업은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 어렵다.
미국은 IRA를 통해 배터리 공장 투자액의 30%를 현금으로 환급하고, 배터리 생산량에 따라 1킬로와트시(kWh)당 45달러의 AMPC를 지원한다. 이 AMPC는 세액공제 형식이지만 거래가 가능해, 적자 기업도 외부에 양도하거나 현금화해 실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국내에는 이와 유사한 제도가 없다.
전문가들은 한국 산업 구조에 맞춘 ‘한국판 IRA’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액공제를 제외하면 실질적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미국·중국과 대등하게 경쟁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조속히 관련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