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역행한 증시, 안갯속 밸류업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된 지 곧 1년이 다가온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공시에 참여한 상장사는 전체의 5%에 불과하다. 도입 초기치고 양호한 성적표라고 평가하기엔 참여율이 저조하다.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7배다. 지난해 초 0.97배에서 더 낮아졌다.

일부 기업의 참여에도 효과는 미미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에 증시가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에 나서도 주가부양 효과도 높지 않다. 오히려 유상증자 등 주주가치 훼손은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소극적이다. 시장 상황이 악화돼 밸류업 효과도 낮고 유인책도 부족해서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밸류업 인센티브 정책은 국회에서 막혔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주주환원금액 5% 초과 증가분에대해 세액공제를 골자로 하는 법인세 주주환원 촉진세제를 신설하는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으나 지난해 국회 통과 과정에서 이 항목은 삭제됐다. 주주환원을 확대한 상장기업의 개인주주 배당소득 과세특례에 대한 내용도 삭제됐다.

일반주주의 도입 요구가 강했던 상법 개정안 역시 정부에서 막혔다. 정부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밸류업 참여 기업에 주어지는 혜택은 현재 주기적 감사인 지정 유예, 밸류업 우수 표창 수여 시 제재 감경 등이 있다. 이는 회계 투명성 제고라는 정책 취지에 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일부 기업은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에 주가 부양에는 무관심하다. 주주환원으로 주가가 높아지면 그만큼 기업의 증여세 부담은 커진다. 이 때문에 오너 기업들은 스스로가 주가를 일부러 낮게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정국이 대통령 선거로 집중되면서 입법과제는 뒷전이 됐다. 또 새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어 자본시장 정책이 또 달라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상법 개정안, 자본시장 개정안의 앞날도 안갯속이다.

밸류업 동력 지속을 위해선 기업 참여를 유도할 실효성 있는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 외국인은 8개월째 시장에서 한국 주식을 내다 팔고 있고 주가는 1년 전보다 역행했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열심히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상장기업의 참여가 없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도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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