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우 중요한 무역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회담은 솔직하고 건설적이었다.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 -허리펑 중국 부총리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후 미국과 중국 간 첫 고위급 ‘관세 담판’에 대해 양국 모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며 추후 협상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국이 12일 공동성명도 발표하기로 예고하면서 현재 100% 넘는 미·중 간 초고율 관세 인하를 둘러싼 합의가 이뤄졌는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中 "이견 해결 중요한 첫 걸음" vs 美 "생각보다 차이 안 커"
허 부총리는 "양측은 통상·경제협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며 “평등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의견 차이를 해결하는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딤으로써 향후 이견을 좁히고 심도 있는 협력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허 부총리와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 등은 10~11일(현지시간) 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위스 제네바에서 무역협상을 진행했다. 양측은 유엔 제네바 사무소 상임대표 공식 거주시설인 ‘빌라 살라딘’에서 10일 만나 약 10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으며 11일에도 수 시간에 걸쳐 협상을 이어갔다.
미국 측 대표인 베선트 재무장관도 이날 협상을 마친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매우 중요한 무역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것을 기쁘게 말씀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리어 대표도 "우리가 얼마나 빨리 합의에 이르렀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 "그것은 아마도 양국 간 차이가 생각했던 것처럼 크지 않다는 것을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중국 협상 대표들이 "매우 강한 협상가들"이라면서도 "이번 협상은 협력과 공동 이익, 상호존중의 정신으로 진행됐다"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중국의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대응 문제를 이유로 모든 중국 수입품에 20%의 관세를 추가했다. 이어 4월 9일부터는 125%에 달하는 ‘상호관세’를 더하며 중국에 총 14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중국 역시 같은달 12일부터 모든 미국 수입품에 1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며 미·중 간 관세전쟁은 '치킨 게임' 양상으로 번졌다. 관세 전쟁 여파로 지난달 중국의 대미 수출이 21% 급감하는 등 양국 간 교역은 사실상 마비되고 경제 충격도 가시화했다. 이에 양국 모두 무역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 이번 협상이 이뤄졌다.
145% 관세율 낮출까···희토류·펜타닐 등 논의 예상
미·중 모두 이번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면서 12일 양국이 발표할 공동성명에 시장 관심이 쏠린다.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은 공동성명에 미·중 양국이 상대국에 부과한 100% 이상의 초고율 관세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하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는지 등 내용이 담겼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앞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첫 단계로 관세율을 6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제니퍼 웰치 블룸버그이코노믹스(BE) 수석 지리경제학 애널리스트는 “현재 초고율 관세를 크게 인하하더라도 양자 무역 간에는 여전히 구멍이 크다”고 짚었다. 그는 미·중 협상이 성공했다는 시나리오로 가정해도 관세율은 여전히 30% 이상으로 대다수 국가보다 높은 수준일 것이라며 중국의 대미수출은 중기적으로 여전히 60%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율 인하 외에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수출 제한을 해제, 펜타닐 제조에 사용되는 원료 수출과 관련한 중국 측의 조치 등을 요구했는데, 이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됐을지도 주목된다.
시장은 이번 협상으로 추후 협상 채널을 구축해 양국 간 무역 합의를 위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양국 정상 간 첫 전화 통화는 물론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구칭양 싱가포르국립대학 리콴유 공공정책대학 부교수는 싱가포르 연합조보를 통해 "미·중 양측 모두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의와 의지가 보였다"며 "중국과 미국은 많은 문제에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내다봤다. 구 부교수는 이번 협상 이후 미·중 양국이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있으며, 그때 더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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