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5년, 신라 마지막 임금 경순왕은 치욕을 감내하며 나라를 왕건에게 넘겼다. 그는 허망한 전투보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실용적 항복'을 고려 왕건에게 택했다. 하지만 그의 아들 마의태자는 달랐다. 금강산으로 입산해 초근목피하며 아버지의 결정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역사는 이 부자의 상반된 선택을 두고 끝없는 논쟁을 남겼지만, 하나의 진실 만큼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그것은 바로 '정직한 선택'이다. 실리를 좇은 아버지 경순왕도, 절의를 지킨 아들 마의태자도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솔직하고 정직했다.
경주 김씨의 피를 잇는 사람, 김문수. 그 역시 이 두 인물의 삶과 닮아 있다. 거짓이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그는 유난히 튀는 존재였다. 누구도 쉽게 가지 않는 길을 고집했고,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 언어로 세상과 마주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고지식하다'고도 하고, '대쪽 같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곧 김문수의 힘이었다. 세상이 잊어버린 단어, 정직. 그는 이 낱말 하나로 오늘까지 걷고 있다.
노동 운동가로서의 그의 출발은 지극히 민중적이었다. 자갈밭 같은 길이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그 길이 비효율적이라 외면하지 않았다. 원칙과 신념이 그에게는 수단이 아닌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경기도지사 시절 보여준 행정력,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민, 그리고 정치의 본질을 잊지 않으려는 그의 불편한 말들은 정직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용기의 방증이다.
최근 한 유세에서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김문수 후보의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이재명 후보를 향한 날카로운 정치적 질문 그 자체였다. 대통령 후보의 자격 중 가장 기본은 정직이다. 김문수 후보는 "거짓말 잘하는 대통령을 뽑을 것이냐, 참말 잘하는 대통령을 뽑을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이 발언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반박도, 해명도 없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측근들이 줄줄이 감옥에 가고, 관련자 중 수많은 의문사까지 발생한 사안에 대해, 정작 시장이었던 그는 여전히 책임이 없다는 태도다.
그러면서 김문수 후보는 자신이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이재명의 대장동 개발보다 더 큰 규모의 개발을 서른 배 이상 했음에도, 단 한 명의 측근도 조사나 수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지적 하나만 놓고 볼 때 김문수와 이재명은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는 도덕성과 관리 역량의 차이다. 이재명 후보는 선거일을 며칠 안남겨 놓은 이 시점에서 김문수 후보의 비판이 근거 없는 명예훼손이라면, 더불어민주당이라도 나서서 법적으로 대응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재명과 민주당은 아무 조치도 없다. 이것이야말로 이재명 후보가 정치적 책임과 도덕적 양심 앞에 침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우리는 지금, 경순왕의 전임인 경애왕 이후 가장 위태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경애왕은 신라가 망하는 날까지도 포석정에서 궁녀들과 술판을 벌이다 백제 견훤에게 붙잡혀 죽임을 당했다. 부끄러움도 없이 사치를 일삼던 군주의 시대를 반추하듯, 오늘의 정치도 혼란스럽다. 그렇기에 경순왕의 실용과 마의태자의 절의가 동시에 필요한 때다. 하지만 그 둘을 동시에 품은 사람은 흔치 않다. 김문수는 그 중 하나다. 그의 삶은 경순왕처럼 실용적이되, 마의태자처럼 결백하다. 포장하지 않고, 숨기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 삶. 그래서 그의 존재는 위태로운 시대의 한복판에서 더욱 빛난다.
혹자는 말한다. "정직하기만 한 사람으로 과연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고···. 어떤 이는 한 술 더 떠 "거짓말을 잘해야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비아냥 댄다. 그래서 모든 유권자에게 되묻고 싶다. "정직하지 않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믿을 수 있겠느냐"고···.
김문수의 정직성은 단순히 도덕적 미덕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검증된 행정의 기반이며, 무너진 정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힘이다. 김문수가 집권한다면, 경주 김씨의 왕권은 정확히 1090년 만에 부활하는 셈이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혈통의 복원이 아니라, 정직한 정신의 부활이라면 그 의미는 더욱 크다. 마의태자의 삶을 닮은 정치인 김문수. 그의 등장은 시대가 진실을 요구하고 있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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