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간부들이 건설현장 앞에서 자사 장비를 사용하라고 집회를 연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업무방해죄를 인정했다. 조합 활동의 일환이라도 정당성을 벗어난 ‘위력’은 처벌 대상이라는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6일 업무방해 및 특수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산하 부산 지역 한 건설기계 노동조합 지회장 문모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부지회장과 사무차장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다른 간부·조합원 6명에게는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들은 2021년 10월 부산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 찾아가 현장소장에게 “우리 조합 장비를 쓰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공사장 출입문 인근에서 확성기 차량 등을 이용해 집회를 열고, 공사 진행 상황을 촬영하며 위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를 무죄로 판단했으나, 2심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집회와 촬영 행위가 공사장 장비 채택과 관련해 노조 지회의 영향력을 과시한 것으로, 피해자의 의사결정의 자유와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데 해당한다”며 업무방해 및 특수강요미수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법원은 특히 노조 측이 공사장 출입문 부근에서 확성기 차량을 동원한 점에 주목했다. 2심 재판부는 “공사현장 출입문이 닫히면서 차량 통행에 차질이 빚어진 정황 등에 비춰, 실제 업무방해 결과 발생의 위험이 인정된다”며 “이는 경영권과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이날 판결에서 하급심의 법리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업무방해죄 및 특수강요미수죄의 성립과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조합 활동이라는 명분으로 행해진 위력 집회라도, 상대방의 계약 자유와 정당한 업무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다면 형사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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