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m 높이의 진열대가 빼곡히 세워져 있는 물류창고. 진열대 양 끝을 좌우로 오가는 스마트 사다리 위를 수직 셔틀이 쉴 새 없이 오르내린다.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이 담긴 바구니를 수직 셔틀이 픽업해 진열대 맨 아래 칸으로 내려다 놓으면, 또 다른 자율주행 로봇이 와서 바구니를 픽업해 작업대로 옮긴다. 징둥물류(징둥로지스틱스)가 자체 개발한 최첨단 물류 로봇 시스템 '즈랑(智狼 스마트 늑대)'의 작업 현장이다.
징둥 12시간 내 배송 비결···늑대로봇 시리즈
징둥물류가 지난해 처음 선보인 '즈랑'은 현재 중국 베이징 다싱구에 위치한 징둥물류 의약품 창고에 투입됐다.
의약품 특성상 상품 가짓수(SKU)가 워낙 많아 재고 관리가 어렵지만, 작업자가 즈랑 시스템에 입력만 하면 운반로봇이 알아서 제품을 입출고한다. 진열대 사이 작업자와 지게차가 이동하는 통로도 필요 없으니 공간을 더 촘촘히 활용할 수 있어 보관 효율성은 물론 출고 처리 능력도 4배 늘었다. 기술적 이유로 즈랑 시스템은 이날 취재진에 공개되지는 않았다.
징둥물류는 중국 알리바바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 산하의 물류업체다. 2017년 4월 징둥그룹에서 떨어져나와 택배업체로 독립했다. 베이징 소재 아시아 1호 스마트 창고 면적만 약 33만㎡. 이곳은 베이징시 전체는 물론, 인근 톈진·허베이·산둥·산시·네이멍구 지역 물류까지 책임지고 있다.
징둥의 6월 18일 쇼핑 축제를 한 달여 앞두고 창고 내 물류 로봇이 이미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6·18 쇼핑 축제는 알리바바의 11월11일 광군제와 함께 중국 양대 쇼핑 축제다. 특히 올해는 미·중 관세전쟁에 맞서 내수 진작으로 경기 하방에 대응하려는 중국으로선 소비 저력을 보여줘야 할 중요한 행사이기도 하다.
6·18 쇼핑축제 앞두고 분주한 물류로봇

취재진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톈랑 시스템이 설치된 2호 창고. 농구장 약 7개 면적과 비슷한 2700㎡의 공간에 19층으로 된 노란색 제품 진열대가 빽빽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 보관하는 재고 물품만 약 100만개에 달하는데, USB·마우스 같은 소형 IT관련 제품이 대부분이다.
재고 물품을 담은 회색 적재함이 빽빽하게 놓여진 선반의 층마다 레일이 깔려 있고, 이 레일 위를 수평 셔틀이 움직인다. 수평 셔틀이 고객 주문 제품이 담긴 적재함을 픽업해 선반 맨 앞쪽 빈 공간에 가져다 놓으면, 해당 적재함은 수직 셔틀에 실려 진열대 2층으로 내려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픽업 작업대로 이동된다.
직원이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주문 정보를 확인해 필요한 수량만큼 꺼내 파란 박스에 넣으면 다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포장 작업장으로 이동되는 방식이다.

제품의 입출고·보관이 자동화로 이뤄지다 보니, 이곳 톈랑 시스템 작업장에서만 하루 평균 5만~7만건의 물동량이 처리되고 있다. 로봇이 물건을 사람에게 가져다주는 이른바 'G2P(상품-사람) 모델'은 사람이 물건을 가지러 가는 기존의 작업 모델과 비교해 효율성이 6~8배 높아진 것이다.
이곳 2호 창고는 24시간 풀가동되지만, 자동화율이 높아서 현장 직원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담당자는 “이곳에선 직원 21명만이 3교대로 8시간씩 근무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포장을 마친 소포는 컨베이어 벨트로 옮겨진다. 초당 7m의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2층 구조의 컨베이어 벨트 위로 크고 작은 소포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벨트 중간의 흰색 박스를 통과할 때마다 '삐익' 소리가 나며 불이 번쩍인다. ‘매트릭스 분류기’다. 12대의 고속카메라가 좌우상하로 소포의 6개면을 스캔하고 운송장을 식별해, 상품 규격과 배송 장소를 확인해 분류하는 작업 공간이다.
왕위촨 징둥 홍보 담당자는 "시간당 5만개 분류 처리 능력을 갖춰 사람이 수동으로 분류하는 것보다 10배 가까운 효율을 자랑하고 99.9% 정확도를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징둥이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12시간 이내 배송, 익일 배송을 실시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징둥 6·18 쇼핑축제때 이 창고에서만 하루 최대 70만개 택배 물량을 처리했다. 올해는 내수 진작 기대감 속에 택배 물량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년간 R&D에 2조원···한국에도 진출

이처럼 신속한 물류 처리가 가능한 것은 징둥물류의 끊임없는 연구개발(R&D) 덕분이다.
최대 500kg까지 적재 가능한 디랑 무인운반로봇(AGV), 사람을 대신해 포장·피킹·분류는 물론 다양한 상자 형태를 스스로 인식해 선반에 혼합적재도 가능한 시각인식 6축 로봇팔, 무인차와 무인기(드론) 등 징둥물류는 자체 기술로 물류 로봇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적인 재고 관리 보관도 하고 있다.
징둥물류가 현재 보유한 자동화 및 무인 기술 특허만 3000개, 최근 3년간 누적 R&D 투입비용은 100억 위안(약 2조원)이 넘는다. 지난해에도 35억7000만 위안을 투입했다.
국제화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징둥물류가 현재 해외에 운영하는 창고만 약 100개, 창고 관리면적만 100만㎡가 넘는다.
징둥물류는 올해 우리나라 인천과 경기 이천에 물류센터를 세우고 풀필먼트(통합물류) 서비스를 시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물류센터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판매자들의 물류 사업을 대행한다.
현재 서울과 일부 경기도 지역에서는 최단 12시간 내 배송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점차 그 범위를 넓혀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국 물류센터는 아직 최첨단 물류 로봇이 도입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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