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웨이가 스마트폰에 이어 노트북에도 자체 개발 운영체제(OS) 훙멍(영문명 하모니OS)을 탑재했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의 고삐를 더 세게 죄고 있는 가운데 화웨이는 오히려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일 차이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날 중국 청두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폴더블 노트북 '메이트북 폴드 비범대사(非凡大师)'와 노트북 '메이트북 프로'를 출시했다. 두 제품 모두 윈도우가 아닌 하모니OS를 기반으로 한다.
이중 메이트북 폴드 비범대사는 화웨이가 출시한 첫 폴더블 노트북이다. 접으면 13인치, 펼치면 18인치에 달한다. 얇고 가벼운 게 가장 큰 특징으로 펼쳤을 때 두께는 7.3mm, 접었을 때는 14.9mm이다. 무게는 약 1.16kg에 불과하다.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화웨이가 스마트폰만큼 얇은 초슬림 폴더블 노트북을 출시했다"고 평가했다. 메이트북 폴드 비범대사 가격은 2만3999위안(약 463만원)으로 6월 6일 중국에서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메이트북 프로는 7999위안으로 책정됐다.

2015년부터 하모니OS를 개발해온 화웨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 상무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지 두 달여 만에 하모니OS를 공식 공개했다. 하모니OS가 미 제재에 대한 돌파구로 탄생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노트북용 하모니OS 개발을 시작한 것은 2021년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컴퓨터 OS 시장에서 윈도우 점유율은 70%가량에 달한다. 나머지 점유율은 맥OS, 크롬OS 등이 나눠 갖고 있다. 윈도우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화웨이가 탈(脫)윈도우를 선언한 것이다. 화웨이가 탈윈도우에 성공하기 위한 핵심은 하모니OS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이다. 화웨이는 현재 컴퓨터용 하모니OS가 마이크로소프트(MS) 워드의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는 중국 킹소프트의 WPS 오피스와 사진 편집 앱 메이투 등 150개 이상의 앱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올해 안에 200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지난해에는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오픈 소스 코드를 완전히 삭제한 '순수 혈통'의 하모니OS를 탑재하며 안드로이드와의 성공적 이별을 선언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기준 중국 스마트폰OS 시장에서 하모니OS가 차지하는 비중은 17%로 애플 iOS(16%)를 넘어서며 안드로이드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한편 중국 정부는 화웨이가 신제품을 발표한 이날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상무부의 지침은 차별적이며 시장을 왜곡하는 행위이며 제네바에서 도출한 합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미 행정부에 "그릇된 행동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자기 주장을 고집해 중국의 이익을 계속해서 심각하게 훼손한다면 중국은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보복 가능성도 시사했다.
앞서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13일 전 세계 어디서든 화웨이의 AI 반도체 어센드를 사용하면 미국의 수출 규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기술이 적용된 장비나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려면 미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화웨이 어센드 칩은 이 규정을 위반해 만들어졌다고 본 것이다.
화웨이는 이번에 새로 출시된 노트북에 사용된 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업계는 화웨이가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기린 X90' 칩이 탑재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정보보안평가센터가 지난 3월 발표한 칩 보안 등급에 하이실리콘(화웨이 팹리스 자회사)이 설계한 '기린 X90'라는 중앙처리장치(CPU)가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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