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인 교황' 레오14세에 초청장...'평화' 매개로 관계 개선 시도

  • 바티칸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의도

레오 14세 사진EPA연합뉴스
레오 14세 [사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인 레오 14세 즉위를 계기로 교황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에 따르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바티칸에서 레오 14세 교황을 만나 40분간 회담하면서 백악관 초청 의향을 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친서를 전달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날 회담에 앞서 ‘시카고 교황 레오’라는 이름이 새겨진 미국 프로풋볼(NFL) 시카고 베어스 유니폼과 성 아우구스티노의 책 등을 선물했다. 이는 레오 교황이 시카고 출신이면서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이라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아우구스티노는 밴스 부통령의 세례명이기도 하다.
 
이번 만남은 밴스 부통령이 지난달 프란치스코 전 교황 선종 직전 로마를 방문한 밴스 부통령이 프란치스코 전 교황과 예고 없이 짧은 면담만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출신인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를 계기로 프란치스코 전 교황 시절 불편했던 바티칸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프란치스코 전 교황은 생전 트럼프 대통령과 이민 정책, 기후변화 대응 등을 두고 여러 차례 충돌해왔다. 특히 2016년에는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공약을 두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벽만 세우려 하는 이는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직격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종교 지도자가 어떤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라고 받아치며 공개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반면 레오 14세 교황과는 평화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관계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즉위 이후 평화를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등 국제 분쟁의 종식을 비전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밴스 부통령이 올해 국가 가톨릭 조찬 기도회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대통령보다도 평화의 길을 추구해왔다는 점에서, 기독교의 사회적 교리와 가톨릭 신앙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바티칸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 장소로 제공하겠다는 레오 14세 교황의 제안에 미국이 긍정적으로 화답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바티칸 회담 가능성에 대해 “훌륭한 생각”이라고 지지했다. 
 
다만 레오 14세 교황이 교회의 화합과 단결을 강조하며 다소 중도적인 태도를 보이고는 있지만 교회의 핵심 가치에 있어서는 프란치스코 전 교황을 계승하는 입장이다. 앞서 레오 14세 교황은 추기경 시절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공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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