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승재 감독 "'귀신들', 한국판 '블랙미러'…가능성 느꼈다"

귀신들 연출한귀신들 연출한 황승재 감독
'귀신들' 연출한 황승재 감독
영화 '귀신들'은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드라마지만, 그 속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황승재 감독은 일자리 경쟁, 보이스 피싱, 모기지 같은 현실의 민낯을 판타지라는 렌즈를 통해 다시 그려낸다.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미래를 대단할 거라고 여기지만 사실 미래가 되어도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잘 모를 거예요. 어떤 공간을 두고 대단한 미래 설정이나 미술을 하지 않더라도 표현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거죠." 

영화 '귀신들'은 2021년 제8회 SF어워드 영상 부문 대상 수상작 '구직자들'의 세계관을 확장한 작품이다. 전작 '구직자들'이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일자리 경쟁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통해 기술 발전이 노동시장과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조망했다면, '귀신들'은 그보다 한층 시간이 흐른 시대를 배경으로 AI가 과연 인류의 희망이 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욕망의 대상이 될 것인지를 다시 묻는다.

"'구직자들'이 SF어워즈에서 상을 받은 뒤 '이 이야기로 더 새롭고 확장된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들게 됐어요. '구직자'의 세계관을 확장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거죠." 

영화는 보이스피싱, 모기지, 유기동물 등 5개의 사회적 이슈를 옴니버스로 풀어냈다. 황 감독은 "사회면에서 볼 법한 이슈들 중, 평소 문제라고 생각했던 소재들을 (이야기로) 썼다"고 말했다.

"한국적인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고민해 봤어요. 사회면에서 볼 법한, 한국 뉴스에 나올 법한 거요. 주택 문제, 아동 학대, 유기 동물 같은 문제들을 다뤄보고 싶었어요. '그것이 알고싶다'를 참고했고, 뉴스도 사회면들을 살펴봤죠."
귀신들 연출한귀신들 연출한 황승재 감독
'귀신들' 연출한 황승재 감독

현재 사회적 이슈들을 미래의 배경으로 옮겨놓는 과정에 관해서도 궁금했다.

"'모기지'의 경우, 나에게 빚을 떠넘긴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어요. 저도 요즘 '현재의 나를 위해 살아야 할까, 미래의 나를 위해 살아야 할까?'에 관해 고민해요. 다들 같은 고민을 할 거예요. 전 세계적으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느꼈던 건, '블랙미러7'을 보고서였어요. 아내의 뇌에 문제가 생겨 수술하는데, 이 뇌가 '구독제'인 거죠. '블랙미러'를 보며, 우리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닿아있는 데가 있다고 생각됐어요. 아, 내가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니구나.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구나 하고요." 

영화 '귀신들'은 배우 이요원, 조재윤, 故 이주실, 강찬희, 정경호, 백수장 등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출연해 각 에피소드를 채웠다. 황 감독은 "지난 인연들로 비롯된 작업"이라며, 배우들의 도움으로 해당 작품을 풍성하게 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찬희는 '썰'을 통해 인연을 맺었어요. 솔직히 '출연해 주겠어.' 싶었는데, 단박에 '하겠다'고 해서 놀랐죠. 새로운 걸 계속하고 싶어 하는 친구예요. 

디렉션을 따로 하지 않아도 잘 준비해서 놀라운 친구죠. 굉장히 능동적인 배우입니다. 선한 이미지인데 사연이 있어 보이는 캐릭터가 잘 어울려요. 어딘지 모르게 비밀스러운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제가 잘 써먹고 싶어요. '보이스피싱'에서도 그 매력이 잘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함께 하면서 저는 찬희의 더 큰 가능성을 느꼈어요. 입체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주저함도 없어서 이를 잘 활용하면 언젠가 폭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귀신들 연출한귀신들 연출한 황승재 감독
'귀신들' 연출한 황승재 감독

함께 '보이스피싱'으로 호흡을 맞춘 故 이주실 배우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이주실 선생님은 굉장히 진보적인 분이에요. 저보다 젊은 가치관을 갖고 계시고, 고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어 하셨어요. '보이스 피싱'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고 보았고, 마냥 선한 이미지가 아닌 이기적이기도 하고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특히 '그래, 가족' 이후 8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요원에 관해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작품 개봉 전후로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적극적으로 '귀신들'을 홍보해 왔다.

"예능 프로그램에 잘 출연 안 하는 분인데도, 요즘 시대에 대한 변화를 느끼고 빨리 적응하려고 하세요. 영화 홍보를 위해 직접 출연하겠다고 했고 그 덕에 극장에서도, VOD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이요원 씨의 활약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영화 '귀신들'이 극장에 걸린 이후, 황승재 감독은 반가움보다 복잡한 마음이 먼저 앞섰다고 했다. 전작보다 더욱 관객의 발길이 뜸해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는 것.

"관객이 줄어든 걸 체감하게 돼요. '새로운 관객이 유입되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요즘엔 독립예술 전용관에 가도 외화 재개봉작들이 많잖아요. 우리 영화는 어떤가, 과연 새로운 관객을 만나고 있는 건가… 자꾸 돌아보게 돼요."

그는 '독립영화라서 관객이 안 온다'는 통념에 기대기보다, 콘텐츠 자체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뿐만 아니라 독립영화를 만드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자책감도 있어요. 단순히 '관객이 안 온다'고만 말할 게 아니라, '우리가 관객이 극장을 다시 찾게끔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마니아 관객이라도 붙잡을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귀신들 연출한 황승재 감독
'귀신들' 연출한 황승재 감독

영화의 유통 구조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극장에서 내려가면 곧바로 VOD 플랫폼에 올라가는 기존 구조는, 영화와 관객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지나치게 짧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요즘 영화는 극장에 걸리고 나면 너무 빨리 사라져요. VOD도 금방 내려가고요. 그게 아쉽죠. 영화의 유통 기간을 어떻게 하면 더 늘릴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방식은 없을까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관객이 언제든 찾아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영화인의 몫이 아닐까요."

차기작은 '귀신들'을 확장, 한국판 '블랙미러'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고 싶다는 포부다.

"'귀신들'을 확장해, OTT 물로 이어가고 싶어요. '블랙미러7'을 보며 가능성을 느꼈고, 한국적으로 충분히 풀어나갈 만한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