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딸 김주애를 이례적으로 자주 공개 석상에 동반하는 배경에 '출신 콤플렉스'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생모 고용희가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점이 김 위원장에게는 지우고 싶은 오점이자 정치적 약점이라는 해석이다.
일본의 논픽션 작가이자 전 도쿄신문 논설위원인 고미 요지는 오는 20일 출간되는 신간 '고용희 – 김정은의 어머니가 된 재일 코리안'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내놨다.
저자가 일본의 블로그 사이트 노트(note)에 올린 글에 따르면 고용희는 1952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시내 지역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이후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넘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사이에서 김정철, 김정은, 김여정을 낳았다.
저자는 고용희의 이복오빠 '도야마'(가명)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가족사를 복원했다. 도야마는 부친 고경택이 일본에서 최소 3명의 여성과 가정을 꾸렸다며 고용희의 생모인 이맹인은 그중 한 명으로, 정식 아내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고경택은 밀무역으로 여러 차례 구속되는 등 복잡한 삶을 살았고, 결국 북한행을 택했다고 한다.
책에는 김정철과 김여정이 어릴 적 촬영한 가족사진도 담겼다. 이를 근거로 저자는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릴 때에도 이들 가족은 해외에서 호화로운 삶을 누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고용희는 말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유방암 치료를 받았으나 51세에 끝내 숨졌다. 저자는 북한의 권위주의 체제와 후계 구도 탓에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고 약물치료를 택했다는 견해를 내놨다. 저자는 입수한 말년 사진과 관련해 "휠체어에 앉은 모습에서 중병임을 느낄 수 있었고, 특히 얼굴은 현재 김정은과 놀랄 만큼 닮아 있었다"고 전했다.
북한 내부에서는 고용희의 존재 자체가 철저히 금기시돼 왔다. 저자는 북한에서 고용희 언급은 금기로 통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공개적으로 모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가 모친이 재일교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용희는 북한에 간 재일교포 중 가장 유명하지만 동시에 가장 숨겨진 존재”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북한이 김정은 생일을 공식 기념일로 제정하지 않는 이유도 '모친 출신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고용희를 '조선의 어머니'로 우상화한 영상이 제작됐지만 끝내 공개되지 못하고 봉인됐으며, 몰래 복사된 영상만이 은밀히 유포됐다고 한다.
책에는 고용희가 생전에 일본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는 증언도 포함됐다. 북한에 정착한 뒤에도 일본을 그리워하며, 1997년과 2000년 프랑스에서 치료를 받고 귀국하는 길에 일본에 잠시 머물렀다는 것이다.
저자는 김 위원장이 이 책을 읽고 일본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납치 문제를 포함한 관계 개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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