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식품업계, 중동발 악재에 지갑 다시 닫힐까 '노심초사'

  • 추경에 회복한 소비심리 위축 우려

  • 국제 유가·환율 올라 수익성 악화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격화하자 유통·식품업계가 다시금 긴장감에 휩싸였다. 중동전 확산으로 국제 유가·환율이 급등하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서다. 정치 불확실성 해소와 민생지원금 지급 기대감에 따라 회복세로 돌아선 소비심리가 재차 꺾이면서 소비자들 지갑이 다시 닫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 핵 시설을 공습한 다음 날인 이날 국제 유가는 개장과 동시에 큰 폭으로 뛰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2.3% 오른 배럴당 76.7달러, 브렌트유는 3.9% 상승한 80.0달러에 거래되며 단숨에 8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9.4원 오른 1375원으로 출발한 뒤 오전 중 1380원을 넘어섰다.

유가 급등이 이어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란이 보복 차원에서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운송량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에 달한다.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식품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국제 유가와 환율 급등은 원자잿값은 물론 물류비·생산비 상승을 일으켜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앞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물류비 증가와 원자재 가격 연쇄 상승 등으로 식품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완화하려면 가격 인상 카드를 써야 하지만 새 정부의 강력한 물가 관리 정책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해외에서 원재료를 수입하는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비축 물량이 있어서 당장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 회복에 기대감을 보였던 유통업계도 긴장의 끈을 놓고 있지 않다. 전쟁 장기화 시 소비심리가 재차 쪼그라들며 실적 부진에 빠질 수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1∼3월) 편의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감소했다.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첫 역성장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와 고물가 영향 등으로 코로나가 한창일 때도 '불패 신화'를 이어간 편의점마저 실적이 고꾸라진 것이다. 국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 12월(88.2)부터 5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이 지수가 100보다 작으면 소비자들이 현재 경기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이전보다 나빠졌다고 느낀다는 뜻이다.

유통업계는 지난달(101.8)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선을 회복하고,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이르면 다음 달부터 전 국민에게 15만~50만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크게 반색했다. 소비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코로나19 당시 긴급재난지원금의 신규 소비 창출 효과는 20~40%에 달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은 내수 중심이라 중동 정세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도 "앞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사태가 장기화하면 내수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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