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휴전에도 모습 드러내지 않아…이란 내부 불안과 권력 분열 심화"

  • 이란 정치권, 온건파·강경파 주도권 놓고 권력다툼 격화

  • 아슈라 기념식 등장 여부 주목…"등장하지 않으면 나쁜 징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AFP연합뉴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에도 불구하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6)가 외부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이란 내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최근 며칠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외부 메시지도 전하지 않은 하메네이의 부재는 정치권과 국민 모두를 놀라게 하며 불안을 키우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암살 시도를 피하기 위해 벙커에 은신하고 전자 통신까지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메네이 기록관 소장인 메흐디 파자엘리는 이란 국영TV에서 하메네이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최고지도자를 경호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잘하고 있다”며 “모두 기도해야 한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지난 21일 미국은 이란의 핵시설 3곳을 타격했고, 이틀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휴전이 체결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하메네이의 부재를 두고 이란 내부에서는 그의 핵심 결정 참여 여부와 건강 상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하메네이의 군사 부문 고문인 야흐야 라힘 사파비 이란 혁명수비대(IRGC) 소장의 아들이자 정치분석가인 함제 사파비는 "이란 보안 당국이 휴전 중에도 암살 가능성을 우려해 외부 접촉을 엄격히 제한하는 보안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며 "국가 위기 관리 차원에서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 등에게 권한이 일부 위임됐으나 하메네이가 원격으로 주요 결정에 계속 관여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NYT는 이러한 상황에서 하메네이 부재로 이란 내 온건파와 강경파 간 권력다툼이 심화됐다고 전했다. 현재는 미국과의 외교 재개를 추진하는 온건파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렸다.
 
대표적인 온건파 인물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전 미국과의 협상 재개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내각 회의에서 “전쟁과 국민의 단결은 통치에 대한 우리의 견해와 공무원들의 행동을 바꿀 기회를 만들어냈다”며 “이것은 변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강경 보수파 연합은 대선 후보였던 사에드 잘릴리를 중심으로 대통령과 외무장관을 강하게 비난하며, 미국과의 핵협상 재개에 반대하고 있다. 이 중에는 의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강경파와 혁명 수비대의 일부 고위 지휘관이 포함돼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북아프리카 책임자 사남 바킬은 하메네이의 부재가 주목할 만한 신호라며, 이란 지도부가 극도로 조심스럽고 안보 중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는 내달 이란에서 열리는 이슬람 시아파의 최대 행사인 아슈라 기념식에 하메네이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쁜 징조”라며 “그는 반드시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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