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 초읽기] 합산 3%룰 도입…삼성물산도 현대차도 경영권 위협 가시권

  •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골자

  • 3년전에 갈등 겪었던 태광산업

  • 합산룰 땐 소액주주 입성 가능

  • 특수관계 지분 많은 기업 긴장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상법이 만들어진 건 1963년이다. 올해로 62년이 됐다. 그간 상법 개정 때마다 갈등과 이견이 많았다. 조항 하나, 자구 하나를 넣느냐 빼느냐가 기업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은 '역대급'이다. 그만큼 변화가 많다. 
이번 상법개정안 중 핵심은 감사위원 선임 관련 변화다. '합산 3% 룰'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가 골자다. 재계는 이 두 가지가 개정되면 경영 활동에 일대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재계 측 주장은 합당한 우려일까 아니면 엄살일까.

◇개별 3% 룰→합산 3% 룰
현행 상법 중 감사위원회 관련 조항은 2020년에 개정됐다. 이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인 대기업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당시 정부·여당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합산 3% 룰을 도입하자고 주장했으나 재계 반발에 한발 물러섰다. 그렇게 나온 합의안이 '제512조12항'이다. 감사위원 1명은 별도로 분리 선출해야 하고,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합산 3% 룰'을 적용한다는 조항이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뽑을 때는 기존처럼 '개별 3% 룰', 즉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에 대해 각각 3%씩 의결권을 인정받았다. 
여당은 이때 개정안이 미흡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상법 개정을 통해 모든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고, 의결권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합해 최대 3%까지만 인정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바뀔 수 있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감사위원 선출 부문은 원안대로 개정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합산 3% 룰 적용되면?
여당 안대로 상법이 바뀌면 개별 기업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태광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태광산업은 트러스톤자산운용과 2022년 감사 선임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이호진 회장 등 태광산업 대주주와 경영진의 경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트러스톤은 자체 감사 후보를 냈다. 당시 트러스톤이 보유한 태광산업 지분은 5.88%. 이에 비해 태광산업 대주주는 특수관계인을 합해 최대 54%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태광산업 최대주주 측은 당시 개별 3% 룰에 따라 이호진 회장 지분(29.48%) 중 3%만 의결권이 인정받았지만 특수관계인들도 3%까지 의결권을 인정받아 15%가량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당시 감사 선임을 놓고 양측은 표 대결까지 가지 않고 합의점을 찾았다. 
그런데 만약 합산 3% 룰이 적용되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되면 태광산업 최대주주 측과 트러스톤 모두 의결권이 3%로 동일하게 묶인다. 트러스톤이 소액주주들을 끌어들인다면 충분히 자신들이 미는 감사 후보를 감사위원회에 입성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삼성물산 등 반(反)대주주 감사 선임 가능
상법개정안이 처리되면 이런 일은 다른 대기업에서도 나타난다. 삼성그룹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도 마찬가지다. 현재 삼성물산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6.33%다. 이 회장이 19.93%,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6.15%,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6.86%를 보유 중이다. 현행 제도하에선 이 회장 등 총수 일가가 각각 3%씩 총 12%가량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합산 3% 룰이 적용되면 이 회장과 특수관계인 의결권은 3%로 묶이게 된다. 10.01%를 보유한 KCC, 7.47%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우호 주주로 나서도 9%에 불과하다. 따라서 행동주의펀드나 일반주주가 합세하면 삼성물산에 최소 1명 이상 감사위원을 넣을 수 있게 된다. 

2대 주주 지분율이 큰 곳에선 한 바탕 분쟁이 일 수도 있다. 호반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한진칼이 대표적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30.54%, 호반그룹 지분이 18.46%인 상황에서 양측이 소액주주 표를 끌어들이는 피 말리는 경쟁을 할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합산 3% 룰 등이 도입되면 2019년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영권 위협으로 홍역을 치른 현대차와 같은 사례도 언제든 나올 수 있다"며 "외국인 지분율이 큰 상장사들에서 분쟁이 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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