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립교향악단(이하 부산시향)이 오는 9월 세계 오케스트라의 심장부, 베를린 필하모니의 메인 오디토리움에 선다. 독일 무직페스트 베를린(Musikfest Berlin)이 2005년 시작된 이래, 아시아 오케스트라가 공식 초청돼 이 무대에 오르는 것은 사상 최초다.
이번 초청을 주도한 인물은 빈리히 호프 예술감독이다. 그는 무직페스트 베를린과 뮌헨 BR 무지카 비바(Musica viva) 두 음악 페스티벌을 이끌고 있다.
호프 예술감독은 7일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영희 선생의 뿌리가 한국이니, 한국인이, 즉 동양의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부산시향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독일어권 최초 한국 여성 작곡가인 박영희는 브레멘 국립 예술대 교수로 임용된 후 부총장까지 역임했다. 부산시향은 이번 독일 순회공연에서 박영희의 ‘소리’,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시벨리우스 교향곡 7번 등도 연주한다.
호프 예술감독은 국제적인 악단과 음악가를 초청하는 무직페스트 베를린의 성격과 부산시향이 딱 들어맞는다고 설명했다. “이 페스티벌은 구스타브 말러, 베토벤의 곡 등 잘 알려진 음악이 아닌 새로운 음악을 연주하는 게 중요해요. 부산시향을 초대한 배경이죠. 미국 음악은 미국인이, 프랑스 음악은 프랑스인이, 영국 음악은 영국인이 연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부산시향은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번 초청에 응했다. 호프 예술감독은 부산시향을 초대한 이유를 3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부산시향은 한국에서 제일 오래된 역사 깊은 오케스트라 중 한 곳이에요. 또 레퍼토리가 좋아요. 실력으로나 음악적으로나 굉장히 뛰어나죠. 마지막은 열린 마음 때문이에요. 박영희 선생님의 곡을 연주할 수 있겠냐고 물었을 때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하겠다’라고 답해서 선택하게 됐죠.”
호프 예술감독은 홍석원 부산시향 예술감독과 박영희 선생은 완벽한 콤비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석원 감독님은 박영희 선생님의 곡을 잘 알죠. 어떻게 보면 이보다 더 나은 대안이 없어요. 완벽한 이상적인 콤비죠. 더 나은 선택지를 찾지 못했어요.”
호프 감독은 2005년부터 이들 음악 페스티벌을 이끌었다. 그는 2015년 국립국악원의 종묘제례악을 초청작으로 선정하는 등 한국과 독일 간 문화 교류 확대에 이바지한 인물이다. 그는 “올해는 위대한 박영희 선생님의 80주년을 기념하는 해”라며 “박영희 선생님은 유럽 전체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다. 여성 해방이란 주제로 유럽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부산시향은 이번 순회 연주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홍석원 감독은 독일 관객들이 곡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연주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저는) 한국 작곡가의 곡이 피부로 쉽게 와닿아요. 단원들도 우리나라 곡은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느끼는 게 있죠. 한국 오케스트라를 초청한 의미를 (무대 위에서 제대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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