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올해는 하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한 달이 넘도록 금감원장 자리가 공석으로 유지되면서다. 추후 신임 원장이 부임하면 인사와 내부 조직개편 등이 이뤄질 수 있어 현 상황에서 정기인사는 어렵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와 달리 이달 들어 정기인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는 6월 26일 인사를 발표해 7월 1일 자로 시행한 바 있다. 당시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 부서장을 국장으로 승격하는 등 하반기 국·실장에 대한 소규모 정기인사가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러한 하반기 정기인사가 아직도 계획이 잡혀있지 않은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아직 정해진 바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7월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하반기 정기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는 게 금융권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금감원 정기인사가 멈춰선 건 늦어지고 있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영향이 크다. 지난달 초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대선 후보 공약으로 내걸었던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살펴보고 있다.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겠다는 게 공약의 핵심 취지다.
현재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업무는 금감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또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개편을 직접 추진 중인 국정기획위원회 내 정부조직개편 태스크포스(TF)는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부조직 개편 1차 초안을 보고했고, 예상되는 문제점을 들여다보며 작업을 하고 있다. 다만 초대 내각 구성이 완료됐음에도 여전히 새 금융감독체계 윤곽은 나오지 않아 금융당국 내부에선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하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추후 금융감독체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사를 내기는 사실상 힘들다. 또 지난달 5일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퇴임한 이후 한 달 넘게 금감원장 자리가 공석인 점도 영향이 있다. 수석부원장이 권한을 대행하고 있지만, 신임 원장 부임 직전 인사를 내기는 부담이 크다.
추후 신임 원장이 온 이후엔 7월 하반기 정기인사는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성과 중심 인사 기조에 따라 바꿔놓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2023년까지만 해도 금감원은 12월~1월 사이 연말에 정기인사를 한 번만 단행해 왔는데, 인사관리규정을 개정해 7월과 12월로 바뀌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장 자리도 비어 있고, 조직개편을 앞둔 상황에서 인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많은 변화를 앞두고 정해진 게 없는 금감원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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