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AI 칩 수출 규제에 대한 입장을 바꾼 데에는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직접적인 설득이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황 CEO가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중국과의 거래를 계속하도록 허용하고 중국 내 중국 내 인공지능(AI) 인재 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황 CEO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을 제치고 글로벌 AI 시장을 주도하려면 엔비디아가 기술을 전 세계에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는 트럼프 측뿐만 아니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도 비슷한 주제를 논의했다.
이번 수출 허용은 미·중 간 무역 협상 국면에서도 긍정적 제스처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조치를 선의의 신호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칩과 첨단 기술 접근권은 중국 협상팀의 핵심 의제 중 하나였다.
미·중은 지난달 10~11일 영국 런던에서 진행한 2차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1차 제네바 무역 합의 이행을 위한 프레임워크에 합의한 데 이어 지난달 말 합의사항을 구체화한 안에 서명했다.
러트닉 장관은 당시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그들(중국)은 우리에게 희토류를 공급할 것”이라며 중국이 희토류를 공급하면 “우리는 우리의 맞대응 조치(반도체 관련 일부 수출 통제 조치 등)를 철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차 고위급 무역 협상을 하는 동안 미국 협상팀은 엔비디아의 H20 칩에 대한 수출 통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번 수출 허용을 두고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전 입장에서 “극적인 반전”이라고 평가했고, WSJ은 “전환점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엔비디아 H20 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23년 10월부터 실시해 온 엔비디아 칩의 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55억달러(약 7조5800억원)어치의 재고를 전액 손실 처리해야 했다.
지난 5월 황 CEO는 대만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Q&A’ 행사에서 “(미국의) 수출 통제는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고객들은 이날 엔비디아에 연락해 라이선스 신청 방법을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전히 H20 칩의 배송 일정 등 불확실성으로 인해 시장 불안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FT는 중국 당국이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화웨이와 캄브리콘 등에서 중국 AI 칩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강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 덕분에 엔비디아 칩은 여전히 선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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