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비화(秘話)폰 통신 내역이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 수사의 핵심 증거로 떠오르고 있다.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사건 당시 대통령실과 군 지휘부가 사용한 비화폰의 통신기록 확보에 본격 착수했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들이 사용한 비화폰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며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주요 인물 21명의 비화폰 통신기록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통신기록은 국군지휘통신사령부와 대통령경호처 등으로부터 제출받는 방식으로 확보될 예정이다. 정 특검보는 “수사 외압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시기의 발신·수신 내역을 분석해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특검은 김 여사가 실제로 비화폰을 사용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본인에게 지급됐으며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확인했다. 비화폰은 고도의 보안이 적용된 특수 단말기로, 통신 내용이 암호화돼 일반적인 휴대전화와 달리 통신내역 확보가 어렵다.
특검팀은 특히 2023년 7∼8월 이른바 ‘VIP 격노’ 시점 이후 임성근 전 사단장이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의 초동조사 결과에 분노했고, 이후 혐의자 범위를 축소하는 형태로 사건이 재검토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은 이 과정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포함한 고위 인사들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확인 중이다.
앞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임 전 사단장 등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일반 휴대전화를 확보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이 통상적인 휴대전화 외에 비화폰을 활용해 사건 관련 연락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드러나면서, 보다 정밀한 통신분석이 불가피해졌다.
정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 기록은 어느 정도 확보했지만, 중간중간 비화폰이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누구와 언제 통신이 이뤄졌는지를 중심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비화폰 통신기록 확보는 수사외압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직접 사용한 특수 단말기를 통해 사건 관련 인물들과 접촉했다면, 윗선 개입을 입증할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
특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에 돌입할 계획이다. 특검 관계자는 “대통령실·군·대통령 부부 등 관련 주요 인물들의 통신 흐름이 확인되면, 기존 진술과의 비교를 통해 외압 구조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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