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프리뷰] 대법, 삼성물산 아닌 금속노조 손 들어 "과거 교섭 응해야"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삼성물산이 과거 이른바 ‘어용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을 부인한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과의 법적 다툼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사용자 주도로 설립된 대항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이 무효라면, 진성노조의 과거 교섭 요구에 대해서도 사용자가 응해야 한다는 첫 판결을 내렸다.
 
‘에버랜드노조’ 단협은 무효… 금속노조와 과거 교섭 응해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금속노조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이행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3일 확정했다. 이로써 금속노조 삼성지회는 자신들의 교섭 요구가 무시된 2011년부터 2020년까지의 단체교섭 사항에 대해 회사 측과 성실히 교섭할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받았다.

사건의 발단은 2011년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에버랜드) 사업장에서 복수노조가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회사는 먼저 설립된 에버랜드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뒤이어 설립된 금속노조 삼성지회와의 교섭 요청은 ‘대표성 없음’을 이유로 거부했다. 이후 삼성 측은 2021년이 돼서야 금속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공고하고 교섭에 나섰지만, 금속노조는 소송 중 청구 취지를 바꿔 “에버랜드노조와만 협상한 2011~2020년 기간의 교섭의무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불인정… 2심과 대법원은 “소급 교섭 실익 있다”
1심은 금속노조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미 종료된 과거 근로관계에 대한 임금이나 근로조건은 소급 변경이 불가능하다”며,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더라도 이미 지급된 임금 등을 변경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은 이를 뒤집었다. “단체협약은 향후에도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고, 노동조합이 소급 동의나 승인 방식으로 새로운 협약을 맺는 것도 가능하다”며 “과거 근로조건에 대한 교섭 요구 역시 실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2022년 확정된 에버랜드노조 설립 무효 판결이 핵심 근거가 됐다. 당시 법원은 해당 노조가 사용자의 지배·개입 아래 설립된 대항노조로서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노동조합 지위가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에 동의했다. “금속노조가 적법하게 수년간 교섭을 요구했음에도 대항노조와의 단협만을 이유로 거부당한 것은 위법”이라며 “해당 기간의 교섭사항에 대해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고 확인했다.

다만 대법원은 2심이 ‘기존 단체협약의 효력 유무와 무관하게 교섭권을 인정한다’고 본 점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법상 단체협약의 효력이 부인되는 특별한 사정, 즉 선행 단협이 무효여야만 소급 교섭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과거 근로조건도 교섭 대상”… 부당노동행위 억제 신호
이번 판결은 사용자 주도의 대항노조 설립 및 ‘단체협약 쇼핑’에 제동을 건 법적 이정표다. 특히 진성노조가 장기간 교섭 요구를 해왔음에도 어용노조와의 단협을 이유로 거부한 경우, 교섭의무가 과거로까지 소급될 수 있다는 점을 대법원이 명시한 점은 향후 유사 사례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한 “단체협약은 단지 미래 효력만 지니는 것이 아니라, 근로조건 기준 확정이라는 본질적 기능을 통해 과거에 대한 동의나 정산도 가능하다”는 단협의 법적 기능을 재확인한 점도 중요하다.

노동계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침해된 교섭권을 원상 회복하는 판결”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영계 일각에선 “과거 사항까지 소급 교섭 의무를 인정한 판결은 법적 예측 가능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반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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