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2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강연에서 "한국 경제의 기적은 포용적 제도와 민주주의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로빈슨 교수는 이날 '한국 경제 기적(The Korean Economic Miracle)'을 주제로 한 테드(TED) 형식 강연에서 "경제 성장은 본질적으로 새로운 기술의 창출과 확산에서 비롯된다"며 "영국의 산업혁명이 공장, 증기기관, 철도 같은 기술 혁신에서 시작된 것처럼, 한국도 혁신과 제도를 결합해 성장을 이뤘다"고 진단했다. 로빈슨 교수는 '제도의 형성과 국가 번영에의 영향에 대한 기여' 로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특히 한국이 세계적인 혁신 국가로 도약한 배경에 대해 "포용적 경제 제도가 광범위한 인센티브와 기회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제도는 정치적 과정의 산물이자, 행정 역량과 분산된 정치 권력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경제적 실패, 러시아는 자원 수출 의존, 중국은 권위주의적 통치의 역사적 한계를 보여준다"며, "한국이 지속적으로 번영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공고히 유지하고, 미국·일본 등과 민주적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에 이어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지속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위한 제도'를 주제로 약 1시간 동안 대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은 "대한민국 번영의 밑바탕에는 도전이 보장되고, 노력에 정당한 보상이 주어진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서울시의 디딤돌소득과 서울런 정책 또한 그러한 철학 위에서 설계됐다"고 밝혔다.
대담은 시민, 대학생 멘토 등 약 100명이 현장에서 참여했고, 서울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됐으며 많은 시민들과 공유됐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인구 감소 대응, AI 시대 국가 전략, 복지 모델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로빈슨 교수는 이날 강연과 대담에서 평소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에서 언급한 한국의 성공 요인을 다시 강조하며, 포퓰리즘에 대한 경계와 청년 세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서울시는 로빈슨 교수가 오는 12월 개최될 '2025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의 기조연사로 다시 참여해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 기제로서의 디딤돌소득'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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