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전산운용비 매년 늘지만 고객 만족도는 '최악'

  • 키움·삼성·미래에셋, 수백억 투자에도 소비자 불만 급증

 
사진챗GPT
[사진=챗GPT]

국내 증권사들이 매년 시스템 안정화와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수천억원 규모의 전산운용비를 쏟아붓고 있지만, 투자자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전산 투자와 서비스 품질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50개 증권사의 올 상반기 전산운용비는 총 48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상반기(4481억원) 대비 8.2%, 2023년 상반기(3987억원) 대비 21.6% 증가한 규모다.
 
증권사들의 전산운용비는 2년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대형사일수록 전산운용에 투입하는 비용 규모가 컸다. 전산운용비를 가장 많이 집행한 곳은 키움증권으로, 최근 3년간(2023~2025년) 연 평균 533억5000만원을 투입했다.
 
키움증권은 올 상반기에만 582억3000만원을 지출하며 평균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이 560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미래에셋증권(483억4000만원), KB증권(382억9000만원), 신한투자증권(302억6000만원) 순으로 조사됐다.
 
자기자본 5억원 이상 대형 증권사 중 3년 평균 전산비 증가율이 높은 곳은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 등이 각각 29.18%, 24.95% 17.79% 등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막대한 전산 투자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품질은 여전히 투자자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발표한 ‘2025 증권사 모바일 앱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5점 만점에 3.43점을 받아 평가 대상 7개사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KB증권(3.63점), 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각 3.61점)은 비교적 높은 점수로 상위권에 올랐다.
 
소비자 불만 역시 증가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이내 증권사 앱 이용자 2100명 중 59%인 1240명이 각종 불만이나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2021년 조사(52.2%) 대비 6.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불만 유형 중에서는 ‘시스템 오류 및 접속 장애’가 50.8%로 가장 많았고, ‘로그인 및 인증 문제’(48.6%), ‘과도한 수수료·숨겨진 비용’(35.4%)이 뒤를 이었다. 올해만 해도 키움증권과 토스증권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메리츠증권은 1분기 전산장애 관련 민원 13건으로 업계 최다를 기록했다.

이 같은 앱 오류는 실제 금전 피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소비자원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5월까지 증권사 전산장애로 인한 피해 금액은 263억원에 달한다. 금융권 전체 전산장애 피해액(295억원)의 89%를 차지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산 시스템의 질적 고도화 없이 양적 투자만 늘리는 ‘보여주기식’ 접근은 오히려 소비자 불신을 키울 수 있다”며 “투자자 보호와 안정적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가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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