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 신뢰도 높다면…"확장재정, 소비 늘리고 실질환율 절하"

  • "단기간엔 정부 인프라 투자보다 정부 소비 지출이 효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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셩량 오 상하이교통대 교수가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 '재정 승수' 세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정부 지출이 소비를 크게 늘리고 실질실효환율을 절하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지만, 신뢰가 불안한 국가일 경우 재정 확장의 효과가 부정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올해 0%대 성장이 예고된 우리나라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집행 효과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크리스토퍼 에반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와 함께 연구한 셩량 오 상하이교통대 교수가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 '재정 승수' 세션에서 41개국 전문기관의 경제 전망 데이터를 활용해 정부 지출 충격이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과 소비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서는 재정정책이 '양호한' 국가군(재정 상황이나 재정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비교적 높은 국가)과 '불안한' 국가군(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해 시장이 우려하거나, 재정정책의 신뢰도가 낮은 국가)으로 구분해 실험했다.

그 결과 양호한 국가는 재정을 확장하면 소비가 크게 늘고 실질실효환율은 절하되면서 경제성장률도 상승했다. 반면 불안한 국가에서는 재정을 확장해도 소비 증가 효과는 미미하고 실질실효환율은 절상되며 부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실질실효환율은 여러 교역국 통화에 대한 자국 통화 환율을 각각 해당국과 자국의 물가 수준(가격 지수)으로 조정한 후 가중평균한 지표다. 실질실효환율이 절하한다는 것은 자국 통화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져 수출 경쟁력이 좋아지는 효과가 나타낸다.

연구진은 이 차이가 정부와 대중 간 정보 비대칭과 기대 형성 과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이론적으로 경제가 나쁘다고 인식되면, 재정 확장 시 가격이 하락하고 소비가 줄어드는 반면 경제가 좋다고 인식되는 경우 가격이 상승하고 소비는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호한 국가군에서는 재정 확장에 따른 소비 및 성장 기대가 상승하는 반면 불안한 국가군에서는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 기대가 강화되어 소비 전망이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재정 확장의 효과가 국가별 재정 상황, 정보 투명성, 시장 신뢰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단순히 정부 지출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정보와 기대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간엔 정부 인프라 투자보다 정부 소비 지출이 효율적"

정부 투자는 인프라 등 장기 생산성 향상에 중요하나, 단기 지역 소득 확대 효과는 정부 소비 대비 낮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단기 경기 부양, 지역 경제 활성화 목적의 재정 정책은 정부 소비 지출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고경웅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미국 주(州) 수준 패널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지역 정부 소비 지출 승수가 투자 지출 승수보다 컸다"며 "정부 투자가 소비보다 민간 투자에 더 크게 상쇄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집행 후 2년 기준으로 소비 승수는 약 2.46인 반면 투자승수는 -0.21로 나타났다. 정부 소비 승수는 주로 고용 확대와 노동 소득 증가를 통해 지역 소득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뚜렷했다. 

지역 정부 소비 충격은 다른 지역에 더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치는 반면, 투자 충격은 보다 완화된 부정적 혹은 긍정적 효과를 나타냈다. 정부 소비 지출은 식품, 의류, 에너지 등 소비재 구매를 뜻하고 정부 투자는 인프라 건설, 차량 등 장기자본재 투자에 해당한다. 

고 교수는 "소비 충격 시 해당 지역의 소득과 물가가 상승하고 이에 따른 통화 정책 긴축으로 다른 지역 소득이 줄어든 영향"이라며 "정책 목표에 따라 지역별로 소비 중심 또는 투자 중심 재정 지출 전략을 조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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