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회의감을 갖기 시작했다고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측근들에게 푸틴 대통령의 평화 의지가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낮았다며 “판단 착오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달 알래스카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휴전에 동의하지 않으면 “심각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후에도 푸틴 대통령은 휴전은 물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조차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추가 제재를 단행하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 행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압박의 책임을 유럽으로 돌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화상회의에서 유럽 지도자들에게 “여러분은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면서 전쟁 자금을 대고 있다”며 러시아와의 거래를 끊고 중국에도 같은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백악관 관계자가 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대통령은 유럽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모든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 제재에 동의하고 실행에 나서며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멈출 때, 미국도 강력한 제재를 단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토의 승리 의지는 100%에 한참 못 미쳤고, 일부 국가가 여전히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이는 러시아를 상대로 한 협상 지위와 협상력을 크게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타티아나 미트로바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연구원은 러시아산 석유의 주요 EU 고객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로, 이들 국가는 EU의 수입 금지에서 면제받고 있다며 일부 석유제품은 터키와 인도에서 정제된 뒤 우회해 유럽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이 전쟁 발발 3년 반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러시아산 탄화수소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트럼프 발언에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면서도 불과 2주 전 푸틴과의 회동에서 ‘친밀한 제스처’를 보낸 그가 유럽을 겨냥해 압박에 나선 것은 모순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대응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푸틴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며 “은행 제재, 석유 관련 조처 그리고 관세 등으로 매우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라며 강도 높은 제재 카드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추가 회동 가능성도 남아 있다. 말레이시아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푸틴 대통령, 리창 중국 총리가 오는 10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제47차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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