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신문이 오는 24일 '인공지능 아니면 죽음(AI or Die)'이라는 주제로 '제17회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글로벌포럼(2025 GGGF)'을 개최한다. 행사 첫날 개막 연설(키노트)을 진행하는 조지아 루이스 앤더슨 인공지능(AI) 컨설턴트는 메타의 초거대언어모델(LLM) '라마3' 개발에 참여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 AI 기업이 LLM을 개발·학습하는 과정에서 '개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AI 전환에서 새로운 리더로 떠오르고 있는 국가는 어디인가.
"영국을 꼽을 수 있다. AI 분야에서 창의적인 강국이다. 단순히 시선을 끄는 투자가 있는 것을 넘어 디자인, 스토리텔링, 창의적 도전 정신 등에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방대한 기술 인재풀을 보유한 인도와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아랍에미리트(UAE)도 주목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월가 등에선 실제로 AI를 어떻게 업무에 적용하고 있나.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들이 AI를 워크플로(업무 흐름)에 어떻게 적용할지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주로 자율 에이전트를 도입하거나 LLM을 공동 파일럿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미국 월가는 단순히 금융 데이터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직관, 편향, 맹점까지 고려하는 AI 워크플로를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간의 직관 위에 AI를 얹어 새로운 형태의 협업과 시장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려 한다."
-LLM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개성'을 입히는 것이었다. LLM 개발은 코딩보다 연극 연출에 가까웠다. 끝없는 리라이팅과 미세 조정, 프롬프트 튜닝을 거쳐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도움이 되며 로봇처럼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를 찾는 데 집중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배관공과 비슷하다. 어떤 결과를 보고 다시 거슬러 올라가 단어 하나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추적해야만 했다.
개발 도중 시행착오가 계속됐다. 단어, 리듬, 구조를 가지고 실험했고 응답이 진정한 즐거움이나 놀라움을 줄 때까지 계속했다. 인내심은 필수 덕목이다."
-미국과 중국 이외 국가들이 독자적으로 LLM을 개발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무엇보다 거대하고 창의적인 야망이 필요하다. 상상력을 현실화할 수 있는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도 필요하다.
그 밖에 엔지니어뿐 아니라 스토리 작가, 언어학자, 철학자, 예술가 등이 함께하는 다양한 팀을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 고품질인 현지 데이터가 필요하긴 하지만 동시에 실험을 장려하고 창의적 목소리가 주도하는 환경이 선행돼야 한다. AI 분야에서 앞서는 국가들은 개방형 연구소를 만들고 대담한 협업을 장려하며 학계·스타트업·문화 기관의 자원을 모아 새로운 아이디어가 기술적 사일로(장벽)에 갇히지 않고 날아오를 수 있도록 한다."
-한국 AI 기업과 스타트업 중 인상 깊었던 곳은.
"업스테이지와 네이버는 언어와 지역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LLM을 설계하며 창의적 한계를 넓히고 있다. 트웰브랩스는 동영상 이해를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창의적 도구로 바꾸고 있다. 특히 한국 AI 기업들이 은유, 사회적 단서, 유머까지 이해하는 모델 개발에 집중하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를 통해 다른 곳에서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창의성과 감성 지능을 AI에 부여하고 있다."
-한국 LLM 기술과 학술 연구 수준을 미국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 LLM은 지역적 표현력과 문화적 뉘앙스를 포착하는 데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 점에서 서구의 '획일적' 접근과는 다른 신선함을 준다. 다만 글로벌 오픈 사이언스 공유 측면에서는 아직 더 성장할 필요가 있다. 더 많은 모델과 코드, 예술·기술 융합의 협업적 결과물 등을 공개해야 한국의 창의력이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
-LLM을 개발 중인 한국 기업과 스타트업에 무엇이 더 필요한가.
"자신만의 창의적 우위를 찾아야 한다. 단순히 기술적 벤치마크를 쫓지 말고 LLM 모델이 일반인들에게 예술가와 교사, 뮤즈(영감을 주는 존재), 공동 저자, 협력자가 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