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시중은행원들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26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노조는 주 4.5일 근무제, 임금 5% 인상 등이 관철되지 않으면 일제히 일손을 놓겠다고 경고했다.
금융노조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원은 오는 26일 총파업에 돌입한다"며 "이는 수개월간 이어진 교섭에서 사측이 끝내 책임 있는 답을 내놓지 않은 결과"라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임금 5% 인상 △주 4.5일제 도입 △신규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3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산별중앙교섭 요구안'을 제출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두 차례 조정을 거쳤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결국 이달 1일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 투표(찬성률 94.98%)를 거쳐 총파업을 확정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16일 '총파업 총력 투쟁 결의대회'에서 "4.5일제는 '놀자판'을 만들려는 게 아니다. 무기력증과 우울증,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는 우리 동료를 위한 외침"이라며 "반드시 4.5일제를 쟁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파업은 2022년 9월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쟁의행위가 될 전망이다. KB·신한·하나·우리 등 시중은행뿐 아니라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까지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2022년 총파업 당시에는 5대 은행의 참여율이 0.8%에 그쳤고 영업점은 정상적으로 운영돼 고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 4.5일제, 임금 인상 등 금융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 걸려 있어 지난 총파업 때보다 참여율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파업 참가 인원이 예상보다 많으면 일부 영업점에서는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그러나 높은 임금과 고용 안정을 보장받는 은행권 근로자들의 총파업에 대해 고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시중·특수·지방은행의 2024년 기준 1인당 연봉 평균은 1억1200만원이다. 5인 이상 사업장 직원의 연봉(5338만원)을 두 배 웃도는 수준이다.
은행에서는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공시된 5대 은행의 금융사고 피해(예상)액은 2269억9800만원(70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피해액 1774억3600만원(86건)의 1.3배에 이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평균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금융소비자 불편 해소 방안, 4.5일제 도입에 따른 임금 삭감 등과 관련해서는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무조건 근무 시간 단축만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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