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문턱에 드리운 그림자] 韓 경제 최대 당면 과제 해소했지만…낮은 투자·생산 부진 걸림돌은 여전
최예지·김유진 기자입력 2025-11-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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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설 경기 장기 부진과 반도체 분야에 과도하게 의존한 경제 구조는 향후 우리 경제가 회복하는 데 복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AX(인공지능 전환)를 통해 생산성 제고 방안을 제시했지만 경기 전반을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구조개혁과 규제 개선으로 기업의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건설기성(불변)은 1년 전보다 12.0% 감소했다. 지난 1분기(-21.2%)와 2분기(-17.4%)보다 낙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 역성장이다. 건설수주가 같은 기간 26.5% 증가했지만 건축허가면적(-5.6%)과 건축착공면적(-4.2%)은 세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심사 강화와 지방 부동산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착공이 지연되고 이로 인해 건설투자 회복도 늦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분양·수주만 늘고 실제 공사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건설 경기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주요 지표는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광공업 생산과 서비스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8%, 3.1% 늘었다. 소매판매(1.5%)와 설비투자(2.0%)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 미국발 관세 인상 여파에도 수출 역시 지난 3분기 6.5% 증가했다.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2월 제조업 업황 전망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는 110으로 지난해 8월(110)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158)가 전월 대비 15포인트 상승한 가운데 바이오·헬스(127), 전자(108), 기계(106), 자동차(105) 등도 기준선인 100을 웃돌며 회복세를 뒷받침했다.
정부는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하기 위해 M.AX(제조업 AI 전환) 전략을 추진 중이다. 기업 투자와 생산이 특정 업종에 집중돼 산업 구조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AI 기반 생산성 향상을 추진해 '인구 감소'와 '생산성 하락'이라는 난제를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AI 전환이 경제성장을 온전히 견인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반적으로 생산성이 둔화한 상황에서 'AI 전환' 정책만으로는 경기 부양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한계기업 증가와 중간 허리 기업 감소 등 생산성 약화라는 구조적인 원인을 해소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 규모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 총요소생산성(TFP)은 OECD 평균 대비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 TFP는 2016~2018년 평균 2.1%에서 2020~2022년 0.9%로 1.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OECD 24개국 평균 수치는 같은 기간 0.5%에서 1.7%로 1.2%포인트 상승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도 지난해 17.1%까지 높아졌다. 이들의 생산성은 정상기업 대비 48% 수준으로 전체 생산성 하락을 유발한다. 50~299인 기업 감소로 '기업 성장 사다리'가 끊긴 점 역시 생산성을 약화시키는 주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기업 규모별로 생산성 격차가 확연히 벌어진 만큼 구조개혁과 규제 개선을 통해 투자와 생산 부진을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 지원은 이어가되 선별적인 지원으로 기업의 구조조정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위 '좀비기업'이라고 불리는 생산성 저하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동시에 해당 기업 노동자들을 재교육하거나 사회보장 장치를 강화해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