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마루 전망대] "전 정부서 잘 나갔으면 내란 가담?"...헌법 존중TF에 경직된 세종관가

  • 실장급 공무원 조사 먼저 시행될 듯

  • 낙인 우려에 우려 표하는 공무원 많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행안부·기재부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행안부·기재부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연말이지만 세종 관가 분위기는 예년 같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활력이 떨어졌다는 말이 많습니다. 부처별 업무보고 준비로 잠시 분주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최근 헌법존중 정부혁신 TF가 설치되면서 관가 분위기가 눈에 띄게 경직됐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그냥 자기 일만 하던 사람도 운 나쁘면 조사받는 거 아니냐”는 하소연도 들립니다.

이달 초 정부 부처 25곳에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설치가 모두 끝났습니다. TF는 내년 1월까지 각 부처 공무원들이 내란에 참여하거나 협조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입니다. 보통은 각 부처 기관장이 TF 단장을 맡습니다. 조사는 1월까지 진행되고, 2월에는 인사 조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관가에서는 “내란 특검팀의 연장선 아니냐”, “공무원 현실을 전혀 모른다”는 불만이 나왔고, 정부도 부담을 느낀 듯 한발 물러선 모습입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5일 내란 가담자가 조사 시작 전에 자진 신고하면 징계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조사에 적극 협조하면 징계 수위도 낮춰주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는 “도대체 어디까지가 내란 가담이냐”는 겁니다. 실제로 12·3 계엄 당일 당직 근무를 했던 공무원이 경찰 조사를 받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평소처럼 지시를 따랐을 뿐인데 그것도 내란 가담이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집중 점검 대상에 포함된 기획재정부 같은 부처들은 분위기가 더 뒤숭숭합니다. 기재부에서는 실장급(1급) 공무원부터 조사가 이뤄질 거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국무회의 이후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을 지시했고, 그 과정에서 실장들을 소집했기 때문입니다. 일부 직원들은 “그때 부총리가 정신이 없었을 수는 있지만 좀 성급했던 것 아니냐”며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판단했어도 되지 않았겠느냐”고 말합니다.

전 정부에서 잘 나갔던 사람들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인 게 대통령실 파견자와 승진자들입니다. 원래 대통령실 파견은 부처에서 평가가 좋은 사람들이 가는 자리이고,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정권과 상관없이 좋은 경력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데 한 공무원은 “전 정부 대통령실 파견 이력이 혹시 낙인이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계엄 전에 복귀한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휴대전화 조사 가능성 얘기가 나오면서 불만은 정점에 이르렀습니다. 아직 기재부에서 실제로 휴대전화를 제출했다는 사례는 들리지 않지만, 가능성만 언급된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반응입니다. “우리는 그냥 공무원일 뿐인데, 단체로 범죄자 취급을 받는 느낌”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 불이익이 이미 시작된 것 아니냐는 소문도 돕니다. 최근 해외 파견 심사에서 탈락한 한 공무원이 전 정부에서 ‘최상목 키즈’로 불리던 인사라는 점이 알려지면서입니다. 그동안 승진도 잘 풀리지 않았던 터라, 커리어 자체가 꼬이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한 공무원은 “해외 파견 심사는 원래 탈락 이유를 정확히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전 정부에서 잘 나갔다는 이미지가 지금은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는 느낌은 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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