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조지호 경찰청장 파면…"계엄 가담해 국회 봉쇄, 헌정질서 중대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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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탄핵 소추된 조지호 경찰청장이 결국 파면됐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심판에 넘겨진 경찰청장이 직에서 물러나면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제기됐던 고위 공직자 탄핵 가운데 처음으로 ‘파면’ 판단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는 1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조 청장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선고하고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국회가 지난해 12월 12일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 371일 만이다. 헌재는 조 청장이 비상계엄 당시 경찰을 동원해 국회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경찰력을 배치하는 등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회는 계엄이 선포된 상황에서도 계엄 해제를 요구할 헌법상 권한을 가진다”며 “그럼에도 경찰청장이 국회 봉쇄를 지휘한 것은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을 정면으로 침해한 행위”라고 밝혔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와 군 투입 계획을 인지하고도 경찰력을 동원해 이를 실행·지원한 점을 파면 사유로 명시했다.

계엄 선포 직후 국회 주변에 대규모 경찰 병력이 배치되고, 포고령 발령 이후 국회의원과 관계자들의 출입이 재차 차단되면서 본회의 개의가 지연되고 일부 의원들이 담장을 넘어 국회에 들어가야 했던 점도 헌재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헌재는 이 같은 상황이 “국회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마비시킨 결과”라고 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대한 경찰 배치 역시 위헌·위법 행위로 인정됐다. 헌재는 “선관위는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행정부가 경찰력을 통해 출입을 통제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 독립성과 중립성을 침해한다”며 “계엄군의 선관위 진입을 용이하게 한 점에서 책임이 중대하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비상계엄 이후 제기됐던 다른 고위 공직자 탄핵 사건들과는 결론이 갈린다. 앞서 헌재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 청구에 대해 “위법 소지가 있더라도 파면에 이를 정도의 중대한 헌법 침해로 보기 어렵다”며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지시의 존재나 직무집행과 헌법 침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조 청장 사건의 경우 국회와 선관위라는 헌법기관의 기능이 실제로 차단·침해됐고, 그 과정이 경찰청장의 지휘·감독 아래 이뤄졌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결정적 차이가 있었다. 헌재가 ‘의혹이나 부적절성’이 아니라 ‘실현된 헌법 침해’를 기준으로 파면 여부를 갈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헌재는 지난해 11월 전국노동자대회와 관련해 조 청장이 폭동을 유도하거나 집회를 의도적으로 제한했다는 국회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청장은 심판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의 계엄 계획을 들은 사실은 있으나 협조하지 않았고, 국회의원 체포 지시도 모두 거부했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위법한 체포를 위한 지원 요청에 대비한 준비가 이뤄졌고, 이를 중단시키거나 명확히 거부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조 청장은 선고 즉시 직위에서 물러났다. 그는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재판도 받고 있다. 혈액암 치료를 이유로 보석 석방된 상태지만, 이번 결정으로 경찰 조직 복귀 가능성은 완전히 차단됐다. 정부는 탄핵 소추로 그간 공석이었던 경찰청장 후임 인선 절차에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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