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아직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대중국 칩 수출을 승인하면서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주요 AI·전략 전문가 6명에게 미·중 AI 경쟁 구도를 미식축구 경기에 빗대 점수화해달라고 요청한 결과, 현재 미국이 24점, 중국이 18점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의 AI 산업이 추가적으로 도약을 이루며 한번의 터치다운(6점)만 기록하면 미국과 동급 수준으로 올라서고, 경우에 따라서는 앞설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 모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점수 차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미국이 비교적 여유 있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은 인사는 베스트셀러 '칩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였다. 밀러 교수는 점수를 24대 12로 제시하며 "미국은 컴퓨팅 파워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고, 인공지능 상업화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전력 자원은 더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핵심 자원인 AI 인력은 오히려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반면 나머지 전문가들은 미국이 앞서고 있기는 하지만 점수 차는 접전에 가깝다고 봤다. 디피카 기리 싱가포르 IDC AI연구 책임자는 "미국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기업을 앞세워 첨단 AI칩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중국도 딥시크와 같은 AI 챗봇과 오픈소스 혁신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점수를 21대 19로 매겼다.
싱크탱크 진보연구소(IFP)의 사이프 칸 펠로우는 24대 17, 존 비야세뇨르 미국 UCLA 교수는 24대 21로 평가했다. 비야세뇨르 교수는 "미국이 계속해서 뛰어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소폭의 우위를 잃을 수 있다"며 "중국이 에너지 분야에서 빠른 성과를 보이고 있으므로 미국은 청정에너지를 더 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빈 쉬 인터커넥티드캐피털 창업자는 점수를 29대 25로 제시하며, AI 경쟁을 에너지·인프라·모델·애플리케이션·칩/컴퓨팅 등 5개 부문으로 나눴다. 그는 중국이 에너지와 인프라에서, 미국이 나머지 분야에서 각각 우위를 보인다고 진단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을 지낸 타룬 차브라 앤트로픽 국가안보정책 책임자는 점수를 21대 14로 평가하면서도 "(미국이) 우위를 지키려면 강력한 수출 통제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AI 경쟁의 분수령으로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승인한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 ‘H200’의 대중국 수출을 꼽았다. WSJ는 H200을 최신 아키텍처인 '블랙웰'보다 한 세대 이전 기술이 적용된 제품으로, 전설적이지만 노쇠한 쿼터백에 비유했다. H200은 에이스 쿼터백에 해당하는 최첨단 블랙웰보다는 성능이 떨어지지만, 여전히 중국 화웨이의 최고 성능 칩보다 비용 효율성은 16%, 성능은 32% 뛰어나다는 평가다.
챗봇 경쟁 역시 AI 패권의 또 다른 핵심 지표로 꼽혔다. WSJ는 칩이 공격을 지휘하는 쿼터백이라면, 챗봇은 정교한 패스를 터치다운으로 연결하는 리시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구글·오픈AI·xAI·앤트로픽이 챗봇 평가 상위권을 휩쓸었지만, 30위권 내 나머지 자리는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중국 기업의 챗봇이 대거 포진해 있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 출신의 AI 기업가 배럿 우드사이드는 "중국 기업이 더 뛰어난 하드웨어를 더 많이 확보하게 되면 미국을 따돌리고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논평했다. 열악한 '쿼터백' 여건을 만회하기 위해 혹독하게 훈련해온 중국의 '리시버'들이 전설적인 쿼터백을 손에 쥐게 될 경우, 경쟁 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내부에서도 AI 산업의 급성장세를 보여주는 수치가 잇따라 공개됐다. 신화통신·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지난 25∼26일 베이징에서 열린 공업정보화부 업무 회의에서 올해 중국의 AI 핵심 산업 규모가 1조 위안(약 206조원)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신문망은 중국 기업들이 다수의 AI 칩 제품을 발표하고 컴퓨팅 파워 인프라 시설의 규모와 수준도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스타트업 딥시크의 이른바 '가성비' AI 모델 등을 포함한 중국 모델들이 전 세계 오픈소스 혁신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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