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된 '고환율'…올해도 분담금·분양가 고공행진 예약

서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국내 건설·부동산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고환율발 원자재 가격 급등이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정비사업의 ‘분담금 쇼크’와 분양가 상승을 초래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선명해지는 모습이다.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마저 거대한 외부 변수 앞에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5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84원을 돌파했다. 이는 외환위기의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베네수엘라 전쟁 등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환율 불안을 다시 자극하면서, 시장에서는 1400원대 중반의 고환율이 ‘뉴노멀(New Normal)’로 고착화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고환율이 건설업계의 상수로 작용하면서, 향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 의존에 의존하는 건설 원자재 가격에 즉각적인 상방 압력을 가한다. 시멘트 제조의 필수 원료인 무연탄과 철강 제품의 주원료인 철스크랩 등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달러·원 환율이 10% 상승할 때마다 건설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총 원가는 약 0.4% 가량 올랐다”며 “운송비와 전기료 등 간접비 상승분까지 고려하면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원가 압박이 지금보다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환율 여파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74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30% 이상 급등했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강화된 안전 관리 비용과 감시 감독 인건비 등도 공사비 상승의 새로운 요소로 자리 잡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이 지수가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폭등한 공사비는 정비사업 생태계마저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발주하는 정비사업은 구조상 공사비 증액분을 조합원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과거 1억~2억 원 내외였던 추가 분담금은 최근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사업지에서 3억 원에서 5억 원을 상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금 동원력이 부족한 조합원을 중심으로 사업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시공사와 조합 간의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현장이 멈춰서는 ‘셧다운’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고비용 구조가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공사비 상승으로 민간 건설사가 수주를 기피하고 분양을 미루면서 신규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역시 분담금 등 정비 사업의 추진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분담금과 분양가 상승 수준은 종전과 비슷한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특히 공사비 상승과 사업 진행 기간 지연이라는 두 가지 요소 모두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고환율·고물가 기조에서 건설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업황 반등의 소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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