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가 그린란드 사안을 계기로 불거진 미·유럽 갈등의 분수령으로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행보 속에 유럽과 국제기구 수장들이 대거 한자리에 모이면서 이번 포럼이 국제 질서 향방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포럼에서 유럽 지도자들을 향해 직접 메시지를 내놓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기조연설은 21일로 예정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연합(EU) 간 갈등은 그린란드를 둘러싸고 빠르게 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미국의 그린란드 확보 구상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내달 1일부터 10%, 오는 6월 1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은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20년간 덴마크에 '그린란드에서 러시아의 위협을 몰아내야 한다'고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덴마크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면서 "이제 때가 됐고 완수될 것"이라고 주장해 그린란드 병합 시도를 재차 정당화했다.
미국 측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유럽 지도자들은 결국 돌아서서 미국의 안전보장 우산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지원을 끊는다면 우크라이나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모든 것이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EU는 미국을 상대로 통상위협대응조치(ACI)를 발동하거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ACI는 EU나 회원국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제3국에 대해 서비스, 투자, 금융시장, 공공조달, 지식재산권 분야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다. 다만 2023년 도입 이후 아직 실제 발동된 적은 없다. 이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사안을 수십 년 만에 가장 심각한 미·유럽 간 위기로 평가했다.
다만 EU는 당장은 즉각적인 보복보다 외교적 해결을 우선한다는 방침이다. 유럽 주요 매체 유로뉴스에 따르면 최근 긴급 회의에서도 그린란드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대응해 ACI를 즉시 발동하는 방안은 일단 보류됐으며 회원국들은 당분간 양측 간 대화와 외교를 최우선 과제로 삼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시선은 다보스로 쏠리고 있다. 미국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최대 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포럼에 참석하고, 유럽 측에서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참석한다. 아울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주요 국제 기구 수장들도 대거 다보스로 향한다.
따라서 다보스포럼에서는 미국과 유럽 간에 그린란드 문제를 비롯해 국제법과 자유무역, 관세 정책, 대서양 동맹,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중요성,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등 의제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유럽에 대해 불신의 눈길을 보내 온 만큼 양측 간 대립도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는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 관세를 내세워 유럽을 뒤흔들고 있다"고 평했고 영국 가디언지는 "다자주의가 사실상 붕괴 직전에 놓인 듯 보이지만 이에 맞선 반격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뵈르게 브렌데 WEF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과 장관들은 협상가이며 협상을 하려면 대화가 필요하다"며 "WEF 설립 이후 가장 복잡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회의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그랬던 바와 같이 지금까지 위협에도 불구하고 EU나 나토와 관계를 최악으로 끌고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은 NYT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전쟁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그는 무력을 위협 수단으로 사용하지만 실질적인 무력 사용은 제한한다"며 "그의 생각은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갈등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AFP통신은 "트럼프는 다보스로 향하지만 그의 눈은 안방을 향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 기조 연설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미국민들을 향한 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한 백악관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주거 비용을 낮출 계획을 공개하고 미국이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할 수 있게 한 자신의 경제 어젠다를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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