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미·러 핵군축협정 '뉴스타트' 종료...핵 경쟁 재점화 우려

  • 전략핵 제한 사라진 첫날...중국 포함 새 군비통제 논의 변수로

러시아 핵잠수함 사진AP통신 러시아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러시아 핵잠수함 [사진=러시아 국방부 제공 ·AP통신·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 간 마지막 핵 군축 협정인 뉴스타트(신전략무기감축조약)가 종료되면서 전략 핵무기를 둘러싼 국제 질서가 중대한 전환점에 들어섰다. 미·러 간 상호 구속 장치가 사라진 가운데, 핵무기 보유국 간 군비 경쟁이 다시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뉴스타트는 미 동부시간 기준 4일 자정(한국시간 5일 오후 2시)을 기해 공식 종료됐다. 뉴스타트는 2011년 발효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 핵무기 숫자를 제한해온 유일한 양자 핵 군축 협정이다.

뉴스타트는 양국이 실전 배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각각 1550개로 제한하고 핵 운반체 배치 수 역시 700개로 묶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양국은 연 2회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상대국 핵시설에 대한 사찰도 진행해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협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23년 2월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고 미국도 정보 공유와 사찰 허용을 중단하며 맞대응했다. 다만 러시아는 이후에도 핵무기 숫자 제한 자체는 준수하겠다고 밝혀왔다.

러시아 외무부는 4일 성명을 통해 뉴스타트 종료를 선언하며 "당사국들은 더 이상 조약의 맥락에서 어떠한 의무나 대칭적 선언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적절한 조건이 조성될 경우 평등하고 호혜적인 대화에 기반한 정치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러시아가 핵탄두 숫자에 대한 검증을 허용하지 않아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다만 미 국무부는 지난해 1월 의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조약 위반이 "현재로서는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조약 만료 이후에도 1년간 핵무기 숫자 제한을 유지하자고 제안했지만 미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오히려 뉴스타트 이후를 전제로 한 새로운 핵 군축 틀에 관심을 보여 왔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도 4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중국을 포함하지 않고는 21세기에 진정한 군비 통제를 이룰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핵전력 증강은 미국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공개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이 2024년 기준 약 6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1000기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미국 내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만 핵 군축 조약으로 제약을 받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러시아는 핵 군축 논의가 확대될 경우 미국의 동맹국인 영국과 프랑스도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국가 역시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자 협상 구도가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뉴스타트 조약 만료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안 좋은 시기에 이루어지게 됐다"며 "반세기 넘게 지나 처음으로 우리는 러시아와 미국의 전략 핵무기에 대한 어떠한 구속력 있는 제한도 없는 세계에 직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에 후속 협정 체결을 촉구했다.

상호확증파괴(MAD) 체제 역시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추진 중인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돔'과 러시아가 개발 중인 핵추진 순항미사일 등 새로운 무기 체계는 기존의 전략적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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