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준의 스케치] 어느덧 출시 3개월 '갤럭시 XR'… 삼성이 성적표 안 내놓는 이유

  • 스마트 안경 개발 전 과도기 플랫폼이란 분석 제기

  • 메타·애플, XR 헤드셋 힘 빼고 스마트 안경 집중"

  • 삼성 "두 제품, 용도 달라… 판매량 집계 큰 의미 없어"

삼성인력개발원이 갤럭시 XR을 임직원 교육에 활용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인력개발원이 갤럭시 XR을 임직원 교육에 활용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확장현실(XR) 헤드셋 '갤럭시 XR'을 시장에 내놓은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별도 성적표를 공개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판매 확대보다 '스마트 안경' 개발을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하는데 주안점을 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기간 중 '삼성하우스'를 열고 갤럭시 XR 체험 존을 운영 중이다. 관람객들은 올림픽 관련 다양한 콘텐츠를 확장현실로 즐기며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XR의 초도 물량이 시장에 풀린 이후 월별·누적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초도 물량을 5만~10만대 수준으로 본다. 삼성전자도 출시 당시 "초도 물량을 당장 공개하긴 어렵다"는 취지로 말을 아끼며, 흥행 여부보다 관련 생태계 조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를 내비쳤다.

삼성전자가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세 갈래로 정리된다. 우선 글로벌 XR 헤드셋 시장 자체가 아직 대중적인 폭발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고가·무게·콘텐츠 한계가 겹치면서 헤드셋 수요는 기대만큼 크지 않고, 업체들도 '출하량 경쟁'보다 '사용 경험 확장'에 초점을 맞추는 흐름이 뚜렷하다.

또 후발 주자인 삼성 입장에서는 '숫자 공개'가 오히려 전략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초기 시장에서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면 제품 경쟁력 논쟁으로 번지기 쉽고, 반대로 일정 수준을 넘었다 해도 시장 전체가 작은 만큼 '의미 있는 성공'으로 해석되기 어렵다. 

실제로 삼성은 대중 광고를 최소화하는 대신 올림픽 등 상징적 무대에서 체험 중심으로 제품을 노출시키며 '기술 이미지'와 '사용 장면'을 먼저 쌓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갤럭시 XR을 단일 제품이 아니라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구글의 '안드로이드 쇼 XR 에디션'에서 업데이트를 소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당장의 판매량보다 개발자·콘텐츠·운영체제 업데이트를 통해 '안드로이드 XR 생태계'에 갤럭시 XR을 안착시키는 게 우선 순위라는 해석이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관계자가 갤럭시 XR 출시 기자간담회 중 제품 시연을 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관계자가 갤럭시 XR 출시 기자간담회 중 제품 시연을 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최근 증강현실(AR) 글래스 개발 착수를 공식화했다. 조성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말 있었던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차세대 AR 글래스를 포함한 다양한 폼팩터를 통해 풍부하고 몰입감 있는 멀티모달 AI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헤드셋의 무게·착용성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글래스형 폼팩터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센서·UI·콘텐츠·AI 연동을 먼저 시험할 과도기적 플랫폼 디바이스가 바로 갤럭시 XR이라는 것이다.

해외 빅테크들도 헤드셋을 벗고 글래스를 쓰려 한다. 메타는 '레이밴 메타' 등 스마트 안경 라인업을 확대하며 글래스형 기기에서 확장현실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글로벌 스마트글래스 시장에서 메타의 점유율은 73%에 달했다. 이에 메타는 파트너사 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와 생산 능력을 연간 2000만대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도 애플 비전프로를 최종 형태로 보지 않고 있다. 애플은 현재 비전 프로의 업그레이드를 중단하고 관련 인력을 인공지능(AI) 스마트 글래스 개발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화웨이와 엑스리얼 등도 빠르게 스마트 안경으로 축을 옮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를 목표로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한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개인의 시력에 맞춰 렌즈 초점을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기술과 더불어, 특수 설계된 힌지 시스템(Pulley-cable) 및 미세 환기 채널 특허를 확보했다. 특히 구글·퀄컴과의 협력을 통해 약 50g 수준의 초경량 폼팩터에 AI 기능을 통합함으로써, 시선 추적과 가변 렌즈 기술이 접목된 차세대 증강현실(AR)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갤럭시 XR이 스마트 글래스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아닌 별개의 제품이라고 강조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XR은 쓰고 돌아다니지 못한다는 점에서 스마트 글래스와 용도가 다른 별개의 폼팩터로 볼 수 있다"며 "두 가지 모두 전개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량 비공개에 대해선 "갤럭시 XR은 전 세계가 아닌 한국과 미국에만 판매 중인 제품이라 판매량 집계도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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